울산시교육청이 울산고를 북구 송정지구로 이전하는 결정과 관련해 11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승인됐다”며 “시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번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울산고가 소재한 “중구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므로 중구내에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한 시의원의 서면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앞서 중구지역 정치인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돼 왔던 만큼 교육청의 명쾌한 답변은 시의적절하다. 분명한 입장표명으로 자칫 지역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중구 복산동에 위치한 울산고등학교는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건물이 노후화돼 이전이 불가피해졌다. 마침 북구 송정지구는 신도시 개발과 대규모 공동주택 입주가 시작되면서 고등학교 설립 요구가 발생했다. 학교 이전이 절실한 세인고와 울산고가 동시에 송정지구 이전을 희망했으나 그 중 요건을 갖춘 울산고의 이전이 결정됐다. 이를 두고 중구청은 주민센터 자생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96%의 반대의견을 확보한 뒤 교육청에 철회요청을 했다. 또 중구의원들은 반대결의안을 채택했고 중구출신의 시의원들까지 철회요청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중구지역 정치인들의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혹여 학교이전 결정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이 동원됐거나 분석의 오류가 있었다면 끝까지 따져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단지 지역 주민과 동창회의, 물으나마나 한 지극히 당연한 반대 여론이 이전 철회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학교 이전은 해당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따라서도 안 되고 정치적인 논란을 벌일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학생의 배정을 고려한 균형적 학교 배치 등 수요에 대한 엄중한 분석을 근거로 한 적법한 결정이 중요하다. 장현산단 설립 등 인구 증가 요인이 있으므로 중구 내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언제쯤 고등학교 수요가 발생할 지 예측도 쉽지 않은 시점이다.

울산은 작은 광역시다. 기초단체의 숫자가 많은 대규모 광역시나 물리적 경계가 뚜렷한 도단위 광역시와는 사뭇 다르다. 단지 제도적 경계가 있을 뿐 시민들의 생활반경에서는 기초단체의 구분이 거의 없는 ‘하나의 도시’다. 그 때문에 기초단체의 과도한 경쟁의식으로 인한 집단이기주의는 지역발전의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문화시설 등 선의의 유치경쟁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학교는 적절한 배치를 통해 시민 모두가 공정·공평한 혜택을 누려야 하는 시설이 아니던가. 울산시 전체의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따져 논리적으로 결정해야만 한다. 소지역주의에 휘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정책결정은 특정 구·군이 아니라 울산과 울산시민의 미래를 위해 옳아야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