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확대에도 내집마련은 어려워
협소주택, 주거대안으로 고려할만
정부의 금융·토지 지원책 꼭 필요

▲ 손진락 전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회장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정부가 주택공급량을 맞추지 못해 주택 가격이 치솟았던 옛날과 가구 수에 비해 주택이 부족하지 않은 현재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산업경제가 바닥을 밑돌고 있는 요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하락세를 걷고 있는 건축 경기로 건축인들은 그렇지 않아도 울고 싶은데 따귀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위해 세금을 올리고 있고, 대출 또한 규제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이다 뭐다 하면서 기침만 해도 우린 몸살을 앓아야 되고 서울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고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 지방의 건설경기는 초상집 분위기다.

지방 사람이 서울만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또 한국 사람이 미국에 가면 어렵게 살아도 고국으로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옛날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복지시설과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아서일까? 수도권에 또 다시 그린벨트를 풀어 위성도시를 만든다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런 정책을 펼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듯 국가정책이 수도권에만 집중되고 있으니 망둥이가 춤추면 꼴뚜기도 춤춘다고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지방도 덩달아 뛴다. 그래서 더욱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방송에서 일본과 미국의 협소주택에 대해 가끔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일본의 경우 협소한 대지에서 건축주가 원하는 공간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자가 건축주와의 긴밀한 대화와 다양한 제안을 통해 주택을 완성하는 과정을 전하고 있었고, 미국의 경우는 경제적 여건에 따라 소규모 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계자가 건축주의 시간별 라이프스타일을 파악, 뛰어난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도록 가변형 공간을 만들어 건축주를 감동시키는 모습을 보게 된다. 건축주에게 토지구입의 비용을 줄이고 건축공사비도 절감시킬 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켜 내 집 마련의 꿈이 좀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된다.

협소주택이란 주거개념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자투리땅을 어쩔 수 없이 활용, 좁고 작은 주택을 짓기 시작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협소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대다수의 건축주는 평생 한번 일지 모르는 자택 건축에 협소주택을 선택하는 것에는 망설이고 있다. 아직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협소주택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불편한 어감을 해소하고 공간 활용의 기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땅콩 같지 않은 땅콩주택’이라는 주제로 한 방송사에서 협소주택을 창의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한 경우도 있었다. 자투리땅에서 분리된 작은 공간들을 이용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이끌어내는 아이디어로 좁아도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갖는 공간들을 연출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투자 매력을 한껏 부각시켰다.

일본은 금융제도에서부터 협소주택 신축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돼 수요을 늘려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라는 매력과 함께이다.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를 구입 할 때 소요되는 비용보다 약30% 정도 저렴하면서도 마당있는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건축주에게 큰 매력을 제시하고 획일화 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주거의 욕구가 그 매력을 배가 시킨다.

주택 신축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건축을 생각할 때 첫 번째 만나게 되는 난관이 바로 공사금액이다. 아파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대출로 매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더욱이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신축 대출 금리가 약 1%이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 매매를 기대하기 보다는 평생 살 집에 대해 신축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건축되는 주택으로 멋진 작품들이 생겨나고 또한 경제적인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설계가 탄생되는 배경이 된다. 우리도 이런 협소 주택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으로 개인 주택시장이 지속적으로 활성화 되는 미래가 열어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협소주택 신축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의 금융적인 지원과 더불어 병행되어야 부분은 바로 대지 가격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다.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위해 과거 정부가 모색하였던 방법 중 하나였던 토지 임대제도는 정부가 토지를 매입해 국민에게 장기적인 임대를 통해 주택 건설을 촉진하고자 했던 것으로 비록 전국에 불어 닥친 아파트 붐(boom)으로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였지만 주택시장의 흐름이 아파트를 벗어나고 있는 요즘은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협소주택 신축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손진락 전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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