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기자

“노사정 회의가 열리면 뭐합니까. 이틀만에 회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또 파업에 돌입했는데….”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1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의 사익 추구 경영 중단 및 총수 이익 환원 촉구’를 골자로 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와 경영진을 비판한 뒤 11일부터는 올 들어 5번째 부분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의 한 관계자는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노사정 회의 출범 직후 이런 기자회견을 갖는 의도를 모르겠다. 회사에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고 했다.

실제 기자회견에 앞서 이틀전인 지난 8일에는 울산시청에서 송철호 울산시장과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중공업 고용·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의회 첫 회의가 열렸다. 협의회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안한 것을 울산시가 수용해 이뤄졌고, 처음엔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회사측도 뒤늦게 참여키로 하면서 관심을 불러모았다. 민간 기업의 갈등해결을 위해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해 고민하고 해결에 나선다는 자체가 의미있는데다 성과가 있을 시 향후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의 사측 비난 기자회견과 파업 등으로 지역사회는 우여곡절끝에 출범한 노사정 협의회가 자칫 파행으로 치닫거나 유명무실화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사는 뿐만 아니라 중단된 임단협 교섭 문제를 놓고 책임 전가 공방을 벌이는 등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노조는 오는 18일 회사측이 신청한 기준미달 휴업 신청에 대한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불승인 결정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17일까지 대대적인 파업을 진행키로 해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노위의 결정이 나면 그 결과에 따라 노사관계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4년만에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하는 등 올 들어 수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노사가 한 발 물러나 회사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역사회는 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어렵사리 마련된 노사정 협의회가 제 역할을 하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노사가 감정싸움에서 벗어나 같은 배를 탄 동반자라는 인식속에 신뢰관계 회복부터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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