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기 BK ENG(주) 회장 전 삼성정밀화학 상무

묘비문 내용 때문에, 죽어서 까지 유명하신 분이 있다. 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극작가겸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95세, 죽음에 이르러 자신의 묘비문을 꼭 이렇게 써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정확히 검증되거나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튼 비문 내용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적혀있다고 하는데. 최고의 명예와 장수의 복까지 누린분의 유언에 의한 내용이라는게 믿어지질 않는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90세 정도의 노인(?)이라면 힘든 일에서 은퇴를 하고 경제활동이나 일에 매어 실행하기 어려웠던 취미활동이나 여행, 예술활동 등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인생2모작’을 준비하며 한가로움을 즐길 시기가 아니던가? 무엇을 우물쭈물하다가 그 나이에도 못한 일이 있기에 죽는 마당에서까지 후회스럽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건지?

한국에서의 은퇴(Retir)란 어떤 상태일까? 은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맡은바 직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서 한가로이 지냄”이라고 되어있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에 60대쯤 은퇴한 사람이 물러나서 한가로이 지낸다는게 이해가 되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직장에서 은퇴를하면 현업이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거나, 한가로운 ‘뒷방 늙은이’처럼 평가절하되어 ‘사회 퇴출자’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건 아닌지?

은퇴한 분들도 사회에서 환영받으며 더 일하고 싶은 분은 자유롭게 일을 택할 수도 있고, 평생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인생2모작’의 삶도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사회는 은퇴자를 환영할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지를 않은 것 같다. 은퇴자들 홀로 걱정하고 근심하다 결국 뒷방으로 물러서는건 아닌지? 은퇴는 걱정이 아니라 아름다운 변화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빠른 과학의 발전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평생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쌓아온 우월한 기술이나 노하우까지도 쓸모없는 지식으로 무용지물화되어 환영받지 못하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된다. 퇴직자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나 좋은 경험들이 어떤방식으로든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선택되고 활용되려면 은퇴후에도 끈임없이 업데이트시키며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케 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순응하는 은퇴자의 노력은 경제활동 때문이기도 하겠지만,평생을 노력며 쌓아온 본인의 가치를 언제 어디서든 활용되게 하기도하고 필요하다면 재능기부를 위한 준비라고도 생각된다.

은퇴의 의미는 개인별 개성만큼이나 많은 다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 같다. 여러 매스컴에서도 은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자주 볼 수 있지만 맞춤의 답을 얻기는 어렵다. 본인들의 인생을 진지하게 설계하는 일일진데 여기저기서 듣고 쉽게 결정할 수가 있겠는가? 재정적으로나 신체건강,정신적건강을 어우를 수 있는 은퇴의 삶이 설계되고 실천 되었으면 한다.

올해로 98세인 김형석교수는 본인의 경험으로는 “인생의 황금기는 60~75까지”라고 말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고령임에도 일하는 데 진력이 나지 않냐고 묻자 “여든살이 될 때 좀 쉬어 봤는데 노는게 더 힘들더라, 내게는 일이 인생입니다. 내 일 덕분에 상대방이 행복해하는 걸 보게 되는게 제 행복입니다”라고 말하며 소년처럼 웃는 모습이 98세 노인답지 않게 천진하고 행복해 보인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버나드쇼, 98세 임에도 일하는게 인생이라는 김형석교수, 그들은 정말 인생이 일 때문에 행복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최윤기 BK ENG(주) 회장 전 삼성정밀화학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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