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음악적 변화 시도

▲ 가수 박기영(41·사진)

가수 박기영(41·사진)은 2010년 정규 7집 ‘우먼 빙(Woman Being)’을 낸 뒤 ‘다시 정규 앨범을 낼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디지털 음원 시장이 자리 잡고 싱글 위주 활동 가수들이 많았다. 그땐 다신 음악과 무대 활동을 못 할 것 같다는 마음마저 굳게 들었다. 이후 직업을 바꾼 것처럼 육아에 집중했고 아이가 크고 자신만의 시간이 생기면서 다시 본질적인 생각이 꿈틀거렸다. 2016년부터 ‘사계’란 프로젝트 싱글을 내며 조금씩 용기를 얻었고, 음반 시장 동향을 보니 ‘들어주길 바라기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가장 좋을 때’란 생각에 도달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기영이 8년 만에 정규 8집 ‘리:플레이(Re:Play)’를 내놓았다.

그는 최근 성동구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8년이란 시간이 걸린 이유를 이렇게 밝히며 음악적인 변화를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깨고서 블루스에 일렉트로닉 사운드 편곡을 입혔다. 노랫말에는 어둠과 절망, 고통, 슬픔 등의 감정이 응축됐다.

타이틀곡 ‘아이 게이브 유(I Gave you)’는 나른하고 몽환적인 블루스 사운드에 ‘너무나 비참해 숨이 멎을 것 같아 난’ ‘그냥 나 이대로 깨어나고 싶지 않아’ 등 절망의 끝에 선 화자의 목소리가 실렸다.

박기영은 “지치고 힘든 어떤 한 사람이 밤부터 아침이 올 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서술한 가사”라며 “대중음악의 기초가 되는 장르인 블루스가 한의 정서를 바탕으로 해 이 장르에 적합한 표현이라고 여겼다”고 소개했다.

앨범에는 또 위안부로 끌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스러진 소녀들을 위한 곡 ‘고잉 홈(Going Home)’도 수록했다. 한을 노래하듯 우리 전통 창법을 응용한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라며 “할머니들을 위한 곡들을 들었을 때 상처를 보듬어주는 시적인 이야기는 있었지만, 소녀일 때 끌려가 정신을 못 차리도록 지옥 같은 삶을 경험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분들의) 시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주제를 이끌며 감정을 소진했지만, 그는 이번 앨범 작업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다면서 그 덕에 분노와 좌절, 실망, 고통, 괴로움이 자연스럽게 나열됐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 삶은 고통이고 행복하지 않아요. 행복의 순간은 잠깐인데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죠. 그것 하나로도 살아가는 이유가 되니까요. 그래도 그 과정 속 우리는 결코 행복하지 않아요. 이 과정을 ‘행복하다’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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