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시의원 5분 자유발언
‘가짜서점’이 ‘진짜서점’ 위협
지역 서점 활성화 조례 발의
울산서점조합 ‘인증제’ 촉구

▲ 울산시서점조합 회원들이 16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울산지역 구·군 도서관 및 일부 학교의 수의계약을 통한 특정업체 도서 납품 문제(본보 10월15일자 5면 보도)가 불거진 가운데 일정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도서납품 관련 공개입찰에선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일명 ‘유령서점’이 지역 도서업계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역 공공조달시장에서 유령서점을 퇴출시키고 고사위기에 처한 지역 소규모 서점을 살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최근 시의회에 발의돼 심의·의결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의 제정 필요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시의회 이상옥 의원은 16일 시의사당에서 열린 제200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유령서점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유령서점은 도서와 전혀 연관이 없는 사업을 하면서도 사업자등록증상 도서 또는 서적 업종을 추가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일컫는다.

이 의원은 “최근 울산도서관이 필요로 하는 1억9700여만원 상당의 국외도서 구입을 위한 입찰에 총 17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이중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서점은 2개에 불과했고, 일부는 ○○상사, ○○산업 등 서점사업과 관련성이 전혀 없는 페이퍼서점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유령서점이지만 도서납품 관련 입찰참가자격을 갖추고 있다보니 적격심사를 통과해 낙찰자로 결정됐는데, 계약사항을 직접 수행할 능력이 없다보니 결국 이 업체는 도서납품 업무를 타 지역 업체에 외주를 줬다”며 “이같은 현상은 도서구입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지역재정의 역외 유출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도서납품과 관련해 아무런 생산수단도 갖추지 않고 단 한 명의 일자리도 창출하지 않는 소위 페이퍼서점들이 지역 공공조달시장에서 버젓이 활보하면서 정상적인 서점사업자들을 위협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가짜서점이 진짜서점을 위협하고 밀어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근절하고 대형 및 인터넷서점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고사 직전에 있는 지역서점을 지킬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울산시의회 이상옥 의원

이 의원은 이번 임시회에 지역서점을 살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오는 18일 행정자치위원회 심사를 거쳐 25일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심의·의결될 예정이다.

이날 울산시서점조합도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서업종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령서점들의 공공 입찰 참가를 규제하기 위한 ‘지역서점 인증제’와 같은 정책을 울산에서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 서점 80곳 중 70여곳이 가입된 서점조합은 “유령서점이 낙찰을 받아 수수료만 챙기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유령서점으로 인해 지역 서점들은 낙찰의 기회를 잡을 수 없고, 적절한 보호나 지원도 없다보니 도약이나 혁신은커녕 유지 자체가 힘든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서점조합은 지역 도서관 및 학교에 도서를 납품하거나 입찰에 참여한 업체를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약 50개 안팎의 유령서점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 도서관의 도서 구입을 위한 공개입찰에선 주유소 등으로 추정되는 업체도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점조합은 “서울시를 비롯한 10개 시·도는 몇 해 전부터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운용하고 있다”며 “울산시와 시의회는 하루 속히 위기에 빠진 지역서점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조례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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