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산 1373년, 영고재 헌다례 등 다양한 행사 열려

▲ 자장율사의 진영을 모신 해장보각에서 영고재가 열렸다.

 

내 차라리 계(戒)를 지키고 하루를 살지언정(五寧持戒 一日而死)
계를 깨뜨리고 백년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不願百年破戒而生)

 통도사가 산문(山門)을 연 지 1373돌을 맞았다. 통도사는 10월17일 오전 10시 해장보각(海藏寶閣: 자장율사의 진영을 봉안한 전각)에서 영고재를 개최했다. ‘영고재(迎鼓齋)’란 통도사를 지은 개산조(開山祖: 산문을 연 창건주) 자장율사를 환영하는 의식(齋)을 말한다.

 이날 오전 해장보각 앞 마당에는 승려와 신도, 관광객들이 발디딜 틈 없이 모여들어 자장율사가 영축산 기슭의 통도 도량에 오신 뜻을 기렸다.

 해장보각이란 자장율사의 진영을 모셔둔 곳이기도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바다 속(海)에 보물을 깊이 간직(臟)해 둔 전각’이라고 말 수 있다.

 삼국유사에는 “정관(貞觀) 17년(643) 자장율사가 삼장(三藏: 경·율·론) 400여 상자를 싣고 돌아와서 통도사에 국내 최초로 대장경을 봉안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통도사 측은 “‘불경의 보관처를 용궁(龍宮)에 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대장경 진리의 내용이 바다 속의 수많은 보배와 같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장보각 주위에는 고려대장경 완질(完帙)이 봉안되어 있다.

▲ 자장율사 진영

 

자장율사는 신라의 정신적인 지주

 자장율사는 통도사의 개산조이면서 신라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속고승전>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자장율사의 아버지 무림공은 진골 출신으로 부귀를 누렸으나 아들이 없었다. 무림공은 천부관세음보살상을 조성하며 ‘아들을 얻게 되면 출가시켜 불법의 대들보를 만들겠다’고 기도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하늘의 별이 떨어져 품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자장율사를 낳았다. 그날은 바로 부처가 태어난 4월8일이었다. 그래서 무림공은 아들의 이름을 선종랑이라고 지었다.
 자장은 부모가 죽자 무상인생을 느끼고 집과 논밭을 모두 팔아 ‘원영사’를 지었다. 그리고 본인은 출가해 깊은 산속에 토굴을 만들고, 그 속에 가시덤불을 둘러놓은 뒤 알몸으로 앉아 ‘백골관(白骨觀)’을 닦았다. ‘백골관(白骨觀)’이란 송장의 피부와 근육이 모두 없어져 백골만 남아 있는 상태를 보면서 관(觀: 내면을 읽는 것)을 얻는 것을 말한다. 조정에서는 자장을 재상으로 천거했으나 끝내 거절했다.
 “계율을 지키며 하루를 살지언정 파계하고 백년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 통도사

 올해는 통도사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해여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통도사는 지난 6월30일 바레인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결정되었다. 함께 등재된 7개 사찰은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등이다. 그 중에서도 통도사는 경상남도 지역의 유일한 유네스코 산지승원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들 사찰이 7~9세기 창건 이후로 현재까지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담고 있다”며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의 세번째 항목인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절은 보통 평지 사찰과 산지(山地) 사찰로 대별된다. 조선왕조가 불교를 억압하면서 평지 사찰 대부분이 강제로 폐사됐지만, 산에 있던 7개 사찰은 계곡, 비탈 등에 건물을 지어 불교의 맥을 이어왔다.

 통도사 신도 대부분은 울산 불자, 말사도 울산에 산재

  통도사는 신도가 대부분 울산 사람들이다. 울산이 불교국가인 신라 왕경(경주)과 인접해 있고 지리적으로도 울산과 통도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다. 자장율사가 신라 왕경을 중심으로 울산, 양산까지 사찰을 건립한 점을 보더라도 통도사는 부산쪽 보다는 울산쪽으로 심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도사 측에 의하면 통도사 신도의 60~70%는 울산 사람들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울산에는 문수산(영축산:삼국유사) 기슭에 영축사가 건립돼 신라 불교의 지평을 더욱 넓혔다. 울산 영축사와 영축산은 삼국유사에 여러번 나오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통도사가 발행하는 월간 <등불>에 의하면 통도사는 ‘인도의 영축산과 통도사가 위치한 영축산의 모습이 서로 통한다(通度)’하여 자장율사가 ‘通度寺’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원래 영축산은 부처님 당시 인도 마가다국(國) 왕사성(城)의 동북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이 산에서 부처가 여러 차례 설법을 했기 때문에 불교의 성지가 됐다. 이 외에도 ‘전국의 승려는 모두 이곳의 금강계단(金剛戒壇)에서 득도(得度)한다’, ‘만법을 통달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 17일 개산대재 법요식의 일환으로 통도사 부도 헌다례가 부도원에서 열렸다.

 

▲ 우산을 이용한 설치미술이 통도사 성보박물관 앞 길에서 선보였다. 우산의 무늬는 통도사 대웅전 천장 그림을 그린 것이다.

 

▲ 비즈(beads)로 만든 관세음보살

 지난 17일 오전 영고재에 이어 11시에는 설법전에서 법요식이 열렸다. 대종 5타, 삼귀의례, 반야심경, 찬불가, 육법공양, 헌향·헌화에 이어 강주 스님이 자장율사의 행장(行狀: 고인이 평생 살아온 일을 적은 글)을 소개했다. 오후 2시에는 부도원에서 개산조 자장율사를 비롯한 고승들의 부도에 차를 올리는 ‘헌다례’가 열렸다.

 주지 영배 스님은 봉행사에서 “통도사는 불교역사 2600여년 가운데 14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이어오며 4만여점의 성보유물과 600점이 넘는 아름다운 불화를 보존계승해 왔다”며 “통도사는 생명력을 잃고 박물관에 박제되어버린 문화유산이 아닌, 과거와 미래를 잇는 자리에서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는 ‘과거와 미래를 담고 있는 민족유산’”이라고 말했다.

 ‘1373주년 개산대재 영축문화축제’는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산문에서 대웅전까지 조각과 석불전시, 국화전시, 양산(陽傘)터널 체험, 괘불탱 전시(성보박물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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