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음악은 노년을 위한 최고의 연금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실천 이어지면 큰 감동 남아

 

<아미엘의 일기>로 유명한 스위스의 철학자 앙리-프레데리크 아미엘은 만년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늙어가는 법을 안다는 것은 지혜의 최고작이다. 위대한 삶의 기법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에 속한다.”

나는 오랜 세월동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음악 강의와 해설을 하고 있다. 그 동안 내게 음악 강의를 들은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성별로는 여성이 80% 정도 되는 것 같고 나이로는 50대 이상이 역시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자녀가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의 중년 여성 쯤 되어야 편하게 음악을 들으러 다닐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씁쓸한 결론이긴 하지만 그 때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멋진 선택이고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나간 세월은 되돌릴 수 없고 다가올 미래는 더 늙을 뿐이다. 서글프지만 받아들여야한다. 그러나 바꿔 말하자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시점이다. 내일 보다는 오늘이 젊은 것이다. 그러니 뭔가를 배우기에도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내 강의를 듣고 있는 분 중에 이름을 대면 알만한 아주 유명한 기업의 회장님이 있다. 현역에서 은퇴하면서 듣기 시작했는데 매번 빠지지 않고 너무나 열성적으로 참여하기에 그 동기를 물어보았다. 그 회장님은 “조 선생, 나는 지금 노후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겁니다”라며 웃었다.

이어진 그 분의 말을 요약하자면 지금은 골프도 치러 다니고 모임에도 나갈 수 있지만 더 늙으면 그 마저도 힘들어 질 때가 온다는 것. 그 때가 되면 서재에서 먼 경치를 보며 음악을 듣는 것 만한 낙이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시간을 투자해 놓아야 그 때가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탁월한 비즈니스적 혜안이라며 박수를 쳤다.

▲ 조희창 음악평론가

지난 여름은 그렇게나 덥더니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온이 떨어지고 길 위엔 낙엽이 쌓여간다. 습관처럼 ‘세월이 참 빠르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 흐르는 시간을 멈추는 방법은 없지만 시간을 더디게 가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건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이라 한다. 늘 하던 대로 살면 세월은 속도만 더해간다.

그럼 작은 것부터 해 보면 어떨까? 예를 들자면 안 입어본 스타일의 옷을 입는다든가, 마셔보지 않은 종류의 커피를 맛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듣지 않던 장르의 음악도 들어보고, 문화회관에 가서 강의도 듣고, 안 가본 연주회도 가보는 것이다. 모르던 것, 못 느끼던 것을 알아가는 기쁨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음악회에서 받은 감동의 선율은 좋은 핸드백을 산 것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

나중을 위하여, 어쩌면 여행도 만남도 줄일 수밖에 없을 그 때를 위하여 음악을 차곡차곡 들어 두시라 당부하고 싶다.

지금 들어둔 음악의 목록이 어쩌면 연금보다 더 값지게 쓰일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조희창 음악평론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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