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위원장 교체 회의적 시각 지배적
대안인물 찾기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현역의원 교체 따른 저항 수습책 없어

▲ 김두수 정치부 서올본부장

자유한국당 현역 금배지들의 당협위원장 물갈이는 21대 총선에서 무장해제를 의미한다. 차기 총선은 불과 1년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과연 당지도부의 그림대로 가능할까? 당의 내·외과적 수술을 위한 최후의 칼잡이로 시쳇말로 ‘저승사자’로 다가온 전원책 카드를 뽑아 대대적 칼질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회의적’이라는 관측이다. 현역의원 조기칼질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은 물론 상당한 ‘합리적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당은 ‘불합리적 조건’에 가로놓여 있다. 우선 조기칼질의 시점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전원책 스케줄’은 늦어도 11월말까지 울산 6개 당협을 비롯해 전국 253개 당협조직 검증작업을 거친뒤 올 연말까지 부실 당협위원장의 교체다. 숫자는 미정이지만 당 안팎에서 칼질의 수치가 최소 20여곳, 최대 40~50여곳을 교체해야 ‘제대로 된 개혁’으로 평가받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전투복을 빼앗긴 금배지들은 “네, 잘못했습니다”라며 저항없이 꿇어앉을까? “누가 누구의 목을 치느냐”라며 거친 반격으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칼질에 나뒹군 다수의 현역들이 조직적 대응차원을 넘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칫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

국회는 현역 금배지들의 본산이다. 때문에 그 많은 숫자의 현역들이 전투자격마저 박탈당하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본회의는 물론 17개 상임위별 원내전략은 완전 끝난다. 한국당이 의도하는 법안은 물론 주요현안 대처에도 여권에 밀려 수세국면으로 몰리게 된다. 왜 이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칼질당한 현역들은 총선이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재무장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달초 당내 금배지들이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을 때도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봐라”라는 복선이 깔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의 정당 사상 총선을 1년 이상 앞둔 시점에 현역들의 학살을 감행한 전례는 없다. 심지어 YS(김영삼)와 DJ(김대중) 역시 총선을 1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현역의 목을 치지는 않은 이유도 같은 연유다.

두번째 이유는 칼질의 규모와 정치적 상황이다. 원외 위원장 일부가 아닌 현역들의 ‘학살’은 명분과 실리가 쾌도난마처럼 명확해야 한다.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와도 다름없는 대규모 학살은 조직직 저항의 명분을 주게 된다. 정치적 상황 조건 또한 갖추지 못했다. 국민들부터 강력한 지지기반을 갖춘 집권당의 경우엔 ‘보이지 않는’ 물리적 힘을 동원해서라도 일정부분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리더십도 여론조차도 바닥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한국당의 현실에서 대규모 동시 저항을 어떤 형태로 수습할지에 대한 해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셋째 이유는 대안인물의 현실적 취약이다. 물갈이 현역을 제압할 수 있는 대안세력은 신진들인데, 전국 어느 지역구에서도 간단치 않다. 이유는 제대로 된 신망있는 인물의 경우 추락할 대로 추락한 보수야당에 몸을 담지 않으려는 경향과 함께 청년·여성 인물 또한 한계를 넘지못할 것이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고 노회한 전직의원을 영입할 순 없을 테고, 이런 상황에서 교체지역구의 대체 인물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그나물의 그밥들’이 공모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다 선거때마다 여의도 주변에서 맴돌던 정치 낭인들이 새로운 포장기술을 통해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찰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적 조건’에서 또 다른 암초는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 논란과 함께 ‘광화문 시위세력’까지 안고가려는 보수의 빅텐트는 오히려 ‘보수잡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궤멸한 한국당이 외부인사 김병준 비대위에 ‘하청’을 주고, 또다시 ‘저승사자 전원책’에게 사실상 ‘재하청’ 상황에서 대규모 칼질의 해법과 종착역이 궁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두수 정치부 서올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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