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명중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
복지사각지대 없는 노인복지 기대

▲ 이명녀 울산 중구의회 운영위원장

65세 이상 노인들의 고용률은 높지만 빈곤율도 압도적으로 높은 아이러니한 나라,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69세 고용률은 45.5%로, 유럽연합(EU) 28개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70~74세 고용률은 33.1%로, EU회원국 가운데 고용률이 높은 에스토니아(15.6%), 루마니아(13.5%), 포르투갈(11.7%)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2%)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고령층(70~74세)의 고용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회원국 중 65~69세 고용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아이슬란드(52.3%)가 유일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고령층의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삶의 질을 나타내는 빈곤율은 어떨까?

전체 국민 7명 중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을 비롯해 노인고령화속도, 노인자살률, 노인교통사고 희생률이 모두 1위라는 반갑지 않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일은 더 많이 하면서 정작 유럽 등 기타 선진국들에 비해 2배나 높은 빈곤율을 보이는 셈이다.

이는 일하는 노인은 많지만 그 일자리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소득이 낮은 임시직이나 일용직에 머무르기 때문에 결국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노인들의 근심을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저소득독거노인을 제외한 이용 노인을 대상으로 급식비 1000원을 받고 있는 경로식당을 살펴보면 기존 이용 노인의 20%가 식사비 1000원이 없어 정작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일부 노인들은 급식비 부담에 일주일에 2~3일만 식당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끼니를 거르는 살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올해 우리 중구의 경로식당 운영예산은 8억5300여만원 수준으로 한 끼 식단은 2500원에 책정돼 있다. 고작 3일간 운영되는 마두희 축제 예산이 경로식당 운영비보다 4700만원이나 많은 9억원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여유 있는 삶을 위한 축제도 중요하지만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적 요소 중 하나인 식사만큼은 보편적 복지가 이뤄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지 곱씹어보게 된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노인들의 500원 순례길’이란 보도를 접했다. 일주일에 한번 공원 근처 교회와 성당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나눠주는 500원을 받기 위해 새벽 4시 집을 나서 첫차를 타고 2시간 거리를 달려와 2시간30분의 시간을 또 다시 줄서 번호표를 받고, 끝내 받아든 500원 짜리 동전이 놓인 주름진 손이 이 시대 우리 노인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10월 노인의 달을 맞아 여기저기,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경로잔치가 한창이다.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대접할 때 행복 가득한 함박웃음으로 화답하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머지않은 날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 평균수명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노인의 빈곤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함이 가슴을 누르고 걱정이 앞선다.

10월 노인의 달을 보내며 함박웃음 뒤에 숨겨진 어르신들의 근원적인 아픔이 가려지지 않길 바라며 복지사각지대의 노인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365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부분이 아닐지.

이명녀 울산 중구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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