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재료를 통한 건축 읽기

 

최근 마감재로 각광받고있는 ‘벽돌’
다양한 표현 가능하고 오염에도 안전한편
세월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시간의 멋 더해

합리적인 기능과 경제적인‘콘크리트’
현대 콘크리트의 원형 ‘로마 판테온의 돔’
18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굳건하게 유지

쉽고 빠르게 단열성능 확보되는 ‘스타코’
시공성 좋고 다양한 색상으로 조색 가능
내구성 약하고 화재에 취약해 보완 필요

우리는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많은 건축물은 무심히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일상으로 마주하는 건축물을 한 번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라. 그 속에서 각각의 다른 표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보행자들이 기꺼이 들어 와 주기를 바라는 건축, 공간 속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한껏 반겨주는 건축, 근엄함을 한가득 드러내는 건축, 딱 떨어지는 슈트핏처럼 신뢰감을 보여주는 건축 등 이들 건축물이 다양한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콘크리트의 골재를 노출시켜 거친표면을 연출해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조각미술관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같은 건축물이 모여서 거리의 표정이 되고 도시의 인상이 완성된다. 거창한 얘기 같지만 이같은 건축 디자인은 재료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벽돌 한 장, 타일 한 장,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체까지 이 모든 재료들이 갖고 있는 차이에서부터 건축가의 디자인이 결정된다.

그렇기에 각각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심미적 특징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리의 건물들을 마주했을 때 내가 가진 어떤 느낌이 무엇 때문인지 그리고 건축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조금은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표적인 몇 가지 재료에 대해 일반인들이 이해하도록 돕고자 한다. 일상에서 늘 보아오던 건물을 마주했을 때, 전에 없이 건축을 음미하는 시간을 갖게 될지 모른다.
 

 

◇유행은 다시 돌아온다, 벽돌

벽돌은 오랜 역사를 가진다. 석재가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진흙을 말려 벽돌을 만든 다음 이를 쌓아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흔했다. 작은 것을 쌓아 집을 짓는 것은 가장 쉬우면서도 직관적이고, 인력만으로도 지을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 좁은 골목길의 양옆으로 붉은색 벽돌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집은 다행히도 재개발의 풍파 속에 아직도 살아남아 묵묵히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이처럼 벽돌은 너무나 친숙하고 흔히 사용되었기에 한때는 무난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옛날’ 스타일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벽돌을 주요마감재로 사용하는 건축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

▲ KT&G 상상마당. 故 김수근 건축가의 작품을 리모델링하여 문화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거친 질감의 벽돌과 조명의 연출이 공간을 풍요롭게 한다.

그 빈자리는 다른 새로운 소재의 재료가 차지했다. 벽돌은 이렇게 구시대의 유물로 남게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벽돌을 사용하는 건축이 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건물의 하중을 버티는 구조재의 역할보다는 콘크리트 외벽에 마감재로 주로 사용된다.

이처럼 벽돌을 다시 찾게 된 데는 벽돌만의 장점이 컸기 때문이다. 우선 벽돌은 쌓는 방식이나 줄눈의 형태 등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여기에 벽돌의 크기나 색상, 표면의 재질감까지 더해지면 똑같은 건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또 요즘과 같이 미세먼지나 황사, 폭염 등의 가혹한 외부환경에도 영향을 덜 받아 오염에도 비교적 안전하다. 기본 물성이 흙에서 왔고 이를 구워서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벽돌은 세월이 흐를수록 표면이 미세하게 마모되며 시간의 멋까지 더해주는 특성도 있다.

그렇지만 단점도 있다. 자재의 무게가 무겁고 이를 외벽에 설치할 때에는 보강철물 등으로 충분히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포항 지진과 같은 재해가 발생할 때 외벽이 전도돼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벽돌을 즐겨 사용하는 건축가로는 김수근이 있다. 우리나라의 1세대 건축가이고 88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사람이다. 벽돌을 사용한 작품으로는 서울시 장충동의 ‘경동교회’, 강원도 춘천시의 ’KT&G 상상마당’이 있다.
 

▲ 로마 판테온의 내부. 바둑판 모양의 홈이 상부 돔의 경량화와 구조적 역할을 한다.

◇ 현대건축의 총아, 콘크리트

콘크리트의 기원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 여행자라면 누구나 들리는 로마의 판테온의 육중한 돔은 18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굳건하다. 현대식 콘크리트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석회와 타재료의 배합비 등은 차이가 있다.

콘크리트 특징은 압축력(양쪽에서 누르는 힘)에는 매우 견고하지만 인장력(양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에는 취약하다. 현대건축은 이를 콘크리트에 인장력에 강한 철근을 접목시킴으로써 보강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듣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이다.

이 전환적 기술의 발전으로 판테온에서는 43.3m의 돔을 지탱하기 위해 6.2m에 달했던 하부의 벽체가 지금은 훨씬 가볍고 적은 양의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지탱가능하다. 이런 기능적인 합리성과 경제성, 그리고 비교적 다양한 형태를 표현할 수 있는 점 때문에 많은 건축가들이 콘크리트를 즐겨 사용한다.

일부 건축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구조재가 아닌 건축의 마감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콘크리트를 마감재로 사용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도가 있다. 첫째, 별도의 마감을 부착하지 않고 콘크리트면 자체를 노출시킴으로써 경제성을 고려한 경우. 둘째, 콘크리트의 유동성을 활용한 복잡한 형태의 조형이 필요할 경우. 셋째, 콘크리트의 순수한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어 재료의 질감을 활용할 경우가 있다. 아무런 치장을 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콘크리트는 건축 본연의 조형적 심미성을 더 부각시켜 준다. 그리고 시간의 켜를 자신의 몸에 새겨 밖으로 드러낸다.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잘 활용하는 건축가로는 일본의 거장, 안도 다다오를 들 수 있다. 1970년대부터 두각을 나타내 많은 작품을 남겼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강원도 원주시의 ‘뮤지엄 산’, 제주도 서귀포시의 ‘지니어스 로사이’를 추천하고 싶다.

▲ 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해 다양한 공간을 연출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스타코

스타코는 스톤코트, 드라이비트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통칭으로는 외단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대표적으로 2차대전 후 독일에서 쉽고 빠르게 단열성능이 확보되는 건물을 짓기 위해서 개발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후 이 기술을 미국에서 표준화하여 만든 제품이 ‘드라이비트’라고 한다. 기본적인 공법의 원리는 유사하나 표면 마감재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불린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제품명으로 ‘스타코’라고 칭하겠다.

스타코의 장점은 무엇보다 속도와 경제성이다. 완성된 콘크리트외벽에 단열재를 부착하고 그 위에 마감을 하는 방식이니 이와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재료는 많지 않다. 그리고 시공성이 좋아 단열재의 손실부분이 적어 상대적으로 단열성능이 높다. 또 최종마감재인 스타코는 다양한 색상으로 조색이 가능하고 고유의 거친 표면이 빛의 변화에 섬세하게 변화가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점은 바탕이 단열재이고 상부에 마감을 하는 형태이니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약하다. 외부의 충격에 쉽게 파손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하부의 단열재가 화재에 취약하여 발생한다. 이 부분은 불연성능이 있는 단열재와 마감재로 어느정도 해결 가능하지만 기존에 지어진 스타코 건축물은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짧은 글로나마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물의 재료에 대하여 기술하였는데, 이를 통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주변의 좋은 건축의 숨은 의미까지 음미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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