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손님 구경 힘들어

매출 절반이상 급감 경영 애로

동구 한 전통시장 빈점포 30%

중구 젊음의 거리도 곳곳 공실

▲ 경기침체로 인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동구 월봉시장에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한달 장사해봤자 월세도 안 나옵니다.”

#울산 동구 월봉시장에서 이불집을 운영해 온 A(여·60)씨는 올해 31년 간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았다. 인건비를 줄이고자 중공업에서 정년퇴직을 한 남편과 함께 가게를 꾸려왔으나, 매출부진에 임대료 내기도 힘들어졌다. A씨는 힘들게 일을 해도 적자를 면할 수 없게 되자 차라리 가게를 접고 남편의 연금으로 부부가 생활하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다.

#전하시장에서 국밥집을 하고 있는 B씨도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최근 국밥에 들어가는 주 재료인 채소값과 쌀값이 급등하면서 마진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값싸고 맛있는 한끼를 찾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현재 6000원을 받는 국밥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B씨는 “하루에 5만원 어치도 팔기 힘든데 물가는 다 올라버리니 어떤 날은 육수값도 안 나온다. 올해 말까지만 장사하고 가게를 그만둘 계획이다”고 말했다.

산업수도 울산의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 경기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매출부진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구지역의 한 전통시장은 전체 점포의 3분의 1이 비어버리면서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18일 동구 월봉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올해 30여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월봉시장의 전체 점포는 150여개로 올해 초까지만 130여개가 운영중이었으나, 현재 100여개의 점포만 남은 것이다. 특히 한번 비어버린 점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총 70여개의 점포가 있는 동구 전하시장은 현재 빈 점포 수가 10여개로 집계됐다. 이중 절반이 넘는 점포가 올해 문을 닫았다.

한 상인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게 문만 열어놔도 중공업 직원들로 가게가 꽉 찼었는데, 지금은 시장에서 손님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예년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지니 도저히 가게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구·군 전통시장과 상점가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서 빈 점포가 하나둘씩 발생하고 있다.

중구 젊음의거리 전체 점포 수는 180여개로 올해 들어서만 10여개의 빈 점포가 발생했다. 상인회에 따르면 예전같으면 2~3달 안에 새 사업자가 나섰지만, 올해 들어서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 공실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구 태화종합시장과 남구 수암시장 등에서는 아직 빈 점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평균적으로 20~30% 가량 매출이 떨어지는 등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물가가 갈수록 오르면서 우리 전통시장 상인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부에서 각종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민물가를 잡고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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