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보존·식수대책 10년째 표류
극심한 가뭄·수질 오염사고등 대비
수자원 확보 다양한 방안 검토 필요

▲ 이상현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상수원 정책 중 맑은 물 공급 사업에는 2가지 중요한 정책수단이 있다. 하나는 상수원 지역의 개발 및 행위를 제한하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이며, 다른 하나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해도 더 이상 청정상수원 확보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되면 최신 수처리 기술을 통해 깨끗한 수돗물을 시민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울산의 상수도 정책은 사연댐을 대표로 하는 청정수원 확보와 동시에 고도정수처리 공법을 통한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공급이었다. 특히 낙동강 물을 상수원수로 할 경우에 대비, 이미 천상·회야 정수장의 고도화 시설이 완비돼 있다. 최소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청정수원 확보의 연계가 되지 않은 동안 울산시의 깨끗한 수돗물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최근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외부 청정수원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연댐 수위를 조절할 경우 부족한 일일 7만t의 청정수원을 운문댐에서 가져오는 것이 울산시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자체간의 이해관계가 상충, 실현되기 어려울듯하다.

특히 지난해와 올 초 저수율이 9.7%까지 떨어지고 4개월이나 취수중단을 경험한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이 과연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쉽게 내어줄 수 있을까? 입장을 바꿔서 울산의 회야댐 물을 양산이나 부산에서 요구한다면 과연 울산시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수자원은 도시의 외연 확장에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다. 울산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하고 팽창할지 모르는 것인데 수자원을 내어준다는 것은 어느 정책권자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공공재인 수자원의 합리적 분배는 중앙정부의 몫이고 책무이다. 하지만 물 관리에 책임이 있는 국토부나 환경부는 현재까지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침수와 외부 노출로 훼손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와 ‘울산권 맑은 물 공급 사업’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10년 넘게 표류하는 것에는 중앙정부의 무능과 책임이 크다. 따라서 무작정 중앙정부의 수자원 분배에 기대를 거는 것보다 울산시에도 새로운 방식의 투 트랙(Two-track)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 트랙 전략은 외부와 내부로 구분지어 추진해야 한다. 우선 2009년 7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반구대 암각화 대책회의에서 논의 시작된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은 버릴 수 없는 울산의 전략이다. 동시에 내부 수자원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계획한 외부의 청정수원 확보와 병행해 내부 수자원의 확보와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이 그것이다. 2014년 울산발전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울산관내에는 344개의 농업용 저수지가 있고 총 유효저수용량이 1774만t이라고 한다. 이를 통한 상수원 확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인한 민원발생의 소지가 있지만 낙동강 물도 깨끗하게 처리하는 울산의 상수처리시스템이다. 최신 막여과 같은 초고도 시설을 추가한다면 불가능일도 아니다. 또한 사연댐의 준설이나 추가 굴착 같은 리모델링을 통해 안전과 수자원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도 연구 검토하고 추가로 물 절약이나 재이용 같은 수요관리 정책을 보다 강화해 반구대 암각화 보호에 필요한 1일 7만t 확보의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혹자는 경제성이 없다고 연구나 검토조차 하길 꺼려할 것이다. 하지만 향후 기후변화시대에 수자원을 경제성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예기치 못한 극심한 가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상수원의 수질오염사고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수자원 다변화 정책일 것이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이라는 말이 있다. 역경(易經)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하고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학교의 교훈이기도 하다.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라는 뜻이지만 사람이나 도시, 국가가 힘들고 어려울 때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화두로 많이 쓰이고 있다. 울산의 수자원 확보와 자강불식이라는 말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수십 년의 중앙정부 의존성 정책에서 탈피하여 자강불식의 자세로 수자원을 확보하는 노력이 변화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성들의 먹는 문제, ‘민식(民食)’을 해결하지 못한 나라가 존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도시의 성장도 마찬가지이다. 도시 성장의 핵심인 맑은 물 확보를 해결하지 못하고 울산의 발전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현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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