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희 금비유치원 원장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 사례를 밝히고 그러한 ‘부정’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하는데 취지를 두었다.

하지만 토론회의 제목부터 균형감을 상실한 채 시작된 이번 토론회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강한 반발 끝에 무산됐다. 토론회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 그리고 우리 학부모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에게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제대로 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사립유치원의 존재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이다. 사립유치원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이에 들어가는 건축비, 시설비 등 모든 비용을 학교와 달리 국가나 교육청의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고 오롯이 설립자의 개인 재산으로만 만들어진다. 따라서 당연히 재산세도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재산세는 징수하면서 또 한편으로 처음부터 국가의 재정적 지원 하에 설립되는 교육 기관의 범주에 사립유치원을 포함시켜 관련 법에 준하여 일방적으로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로는 사립유치원에 적합한 재무회계규칙 제정과 이에 기반한 정부 감사다. 먼저 일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사립유치원은 2013년 이후 각 급 교육청으로부터 주기적으로 감사를 받고 있으며, 교사처우개선비도 유치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교육청이 교사에게 직접 지급하고 있다. 또한 누리과정 유아학비도 지원금을 신청한 아이가 실제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지, 부정수급은 없는지 매년 2~3차례 지도 점검을 받고 있다. 따라서 토론회에서 말하는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의 부재이고 이는 유치원 측이 꾸준히 규칙의 제정을 요구해온 사안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평가 잣대를 기반으로 감사를 해달라는 것이다.

셋째는 누리과정 유아학비와 방과 후 지원비에 대한 유치원을 통한 지급(혜택)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유치원을 통해 22만원의 누리과정 유아학비와 7만원의 방과 후 지원비를 학부모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유치원을 통한 지급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정부의 행정적 편의를 위해서라는 점이다. 교사처우개선비를 교사에게 직접 지급하듯이 학부모를 위한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하면 되는데 부정 수급, 용도외 지출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막대한 행정 업무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자 유치원에 지급하여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행정업무의 시스템화, 체계화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행정적 편의로 인해 학부모가 직접 교육기관을 선택하도록 하는 ‘선택권’을 박탈당하는데 있다. 교육비 지원을 학부모에게 직접 해주고 그것이 국공립 유치원이든 사립유치원이든 혹은 홈스쿨링이든 학부모가 직접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교육기관’을 선택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지 왜 정부의 행정적 편의를 위해 나머지 모든 이들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 지면을 통해 소통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각각의 원인과 문제에 대해 더욱 세세한 사례와 근거를 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알리도록 하겠다.

이번 정부의 모토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교육기관 선택의 기본적인 ‘기회’가 박탈되고 적합하고 공정한 재무회계규칙이 배제된 채 진행되는 정부 감사로 사립유치원들이 적폐로만 낙인 찍히는 ‘과정’ 속에서 그 누구도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현실과 결과가 ‘정의’롭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정희 금비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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