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 비밀요원 가담
구타·고문후 살해 시신 훼손
정부 해명·보고서 정면 배치
관련설 일축 정부 논란 커져

▲ 17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한 시민이 카슈끄지의 살해 기사를 보고 있다. AP

터키에서 행방불명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끔찍한 살해 당시 상황을 담은 녹취록의 공개로 파문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외교 공관 내에서 왕실과 연계된 비밀요원들이 일사천리로 저지른 사건으로 묘사된 만큼 관련설을 부인하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던 사우디 정부로서는 코너에 몰린 형국이 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터키 친정부 일간 예니샤파크 등은 살해 당시 녹음된 오디오를 청취한 터키 고위 관리의 전언을 통해 끔찍한 사건의 세부 내용을 1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결혼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1시15분께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

무함마드 알오타이비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의 사무실로 들어간 카슈끄지는 곧바로 15명으로 구성된 사우디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몇 시간 전에 이스탄불에 도착해 카슈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곧바로 카슈끄지를 구타하고 손가락을 자르는 등 고문을 시작하자, 알오타이비 총영사가 “그건 (내 사무실) 밖에서 하시오.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몰아넣겠소”라고 하소연하는 대목이 터키 당국이 입수한 오디오에 담겼다.

그러자 암살팀의 한 요원은 “사우디로 돌아갔을 때 살아남고 싶다면 조용히 해!”라고 위협했다.

이들이 카슈끄지를 참수 살해하기까지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우디에 비판적인 중동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살해에 걸린 시간이 7분이었다고 전했다.

15명의 암살팀 중 한 명인 법의학자 살라 무함마드 알투바이지가 나서서 시신을 토막 내고 처리하는 작업을 지휘했다고 한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시작한 알투바이지는 동료들에게도 음악을 들으면서 하라고 권고했다.

알투바이지는 사우디 내무부와 왕립의과대학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고위 인사이며, 나머지 암살조원 중 최소 4명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인 경호원 등으로 확인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런 사실은 ‘카슈끄지 살아서 멀쩡히 총영사관을 떠났다’는 지금까지의 사우디 측 해명은 물론 사우디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미리 전한 ‘자국 정보기관원이 심문 도중 실수로 카슈끄지를 죽게 했으며 왕실과는 무관하다’는 공식 보고서 내용과도 배치된다.

이와 관련 터키 경찰 과학수사대(CSI)는 이날 저녁 사우디 총영사관에 이어 역시 이스탄불에 있는 총영사관저와 외교 차량에 대한 2차 수색에 나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경찰은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카슈끄지의 시신이 영사관저로 옮겨져 처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 후 외교번호를 단 검은색 밴 등 총영사관 차량 여러 대가 영사관저로 이동했다는 감시 카메라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MEE는 카슈끄지가 영사관저 정원에 매장됐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엄중한 통제를 받는 터키 언론매체들은 정부가 직접 소유하거나 친정부 기업가들이 소유하고 있어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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