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교육청이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엄격한 회계 관리를 통해 원장의 착복을 막겠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발빠르게 내놓은 것이지만 이것으로 사립유치원 비리가 근절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교육청이 내놓은 안이 획기적이라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국가적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고는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대책은 나름 촘촘하다. 내년부터 감사주기를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유치원별 감사일수도 2일에서 3일로 늘린다. 또 학부모들에게는 카드결제나 계좌이체로 비용을 납부하도록 하고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엄격히 적용해 유치원 회계를 관리한다. 유치원별 정보공시 제도를 강화하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비리고발센터도 운영한다. 현금을 주고받지 않게 하고 서류를 꼼꼼하게 따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비리의 가장 큰 부분은 정부지원금의 유용이다. 학생에 대한 지원금을 학부모가 아닌 유치원에 지급한 것이 비리의 온상이 됐다. 급식비를 속이기도 했다. 이러한 비리는 사후감사를 통해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교육부가 더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항변도 여기서 비롯된다. 먼저 “누리 과정비는 사립유치원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22만원의 누리과정 유아학비와 7만원의 방과 후 지원비를 유치원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학부모에게 직접 하면 비리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에도 정부가 행정적 편의를 위해서 유치원에 지급해놓고는 마치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집단인양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무회계의 규칙이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아서 비리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들의 억울함이다.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은 사립 의존도가 매우 높다. 울산시 전체 유아의 79.1%가 사립유치원을 다닌다. 울산시교육청만 해도 사립유치원 115곳에 연간 약 55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가 방관할 규모가 아니다.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도 아니다. 울산시교육청도 이번 대책에 비리가 적발되면 학급감축과 원아모집 정지, 유치원 폐쇄명령 등으로 강력대처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장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 일반 학교에서 교장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해서 학교문을 닫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유치원은 다녀도 되고 안 다녀도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곪은 상처는 고름을 짜내야 새살이 돋아난다. 하지만 유아교육에 헌신하는 다수의 사립유치원과 교사들이 공연한 피해를 입거나 원생과 부모들이 난데없이 유치원을 잃는 불상사가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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