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건축, 문화와의 일상적 만남
울산광역시건축사회 부회장

▲ 돔과 전면 파사드를 강조한 성베드로 성당의 전경.

건물과 건축의 차이
기능만 중시한 일반적인 구조체 ‘건물’
미적 감동을 목표로 설계된 건물 ‘건축’
인간생활-공간기능 엮어낸 작업 ‘설계’

건축, 해법 아닌 ‘제안’
새삼스럽지 않은 일상에 의미를 부여
미적 능력과 결합, 삶을 잘 표현한 것

제2회 울산건축문화제
내달1일 울산문예회관 일원서 팡파르
건축사-시공자-시민의 소통의 장 마련

건축(建築)이란 무엇인가? 나에게는 건축학도 시절부터 참으로 많은 물음표를 던진 주제이다.

이제 건축에 대한 경험과 연륜이 어느 정도 축척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지하는 건축의 본질은 안전하고도 쾌적한 생활을 위한 기술적인 요소와 공간으로서의 예술적인 감흥을 가진 창조성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건축은 일상적인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구조기술과 그 삶을 편리하도록 하는 기능을 목적으로 하여 모든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이상적인 공간을 창출해내는 공간예술이란 뜻이다.

▲ 안토니오 가우디의 의도가 담긴 현재진행형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영국의 역사학자 N.페프스너는 건축에 대해 ‘미적 감동을 목표로 설계된 건물에만 사용된다’라며 건축과 건물의 차이를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로마시대의 중세대성당은 돔 및 벽면파사드에 당시대의 철학과 이상을 예술가의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큰 감동을 표현한 것으로 이는 건축이고 차고와 같은 기능만을 중시한 일반적인 구조체는 건물이란 뜻으로 해석했다.

설계(設計)란 이러한 인간생활과 공간과 기능을 엮어내는 작업을 말하며, 이 설계작업은 이러한 기능 및 기술적 요소들과 아울러 미적기능의 종합적인 해석을 통해서 표현되는 최종 결과물인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개체적인 존재로서 개개의 조형성이 뛰어나면서도,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메시지와 결합하면, 수 세기에 걸쳐서 유지되는 역사적 대상이 될 것이며 이러한 결과물은 개개인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사회적인 책임하에서 유지 관리되며 후손에게 예술적 영감을 줄 것이다.

▲ 화력 발전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재생한 테이트모던 내부모습.

또한 건축은 일상의 해법이 아닌 일상의 ‘제안’이어야 한다. 새삼스럽지 않은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로부터 새로움을 제안하는 것이 건축을 하는 이유이어야 한다.

영국의 문화연구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 1983)는 문화를 넓은 의미에서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첫째, 문화는 ‘지적·정신적·심미적 능력을 개발하는 일반 과정’을 일컫는다. 위대한 철학자나 화가, 건축가들의 지적이고 정신적이며 미학적인 요소들을 표본으로 삼는다.

둘째, 문화는 ‘한 인간이나 한 시대, 혹은 한 집단의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가리킨다. 동굴 움집에서부터 그리스 로마 문명과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생활 및 건축양식, 사회적 요소 등 그 시대의 유용성 등을 포함한다.

셋째, 문화는 ‘지적 산물이나 지적 행위, 특히 예술 활동’ 등 문화적 행위를 말한다. 시나 소설, 발레, 오페라, 영화, 애니메이션 등 현대 모든 미디어도 포함된다. 이러한 문화는 그 시대의 사회적 특성 및 여러 환경적 요소에 의해 변화 발전되었으며 인간의 역사가 진행되면서 문화는 결코 정체되지 않고 항상 변해가며 모든 사람이 기존의 문화와 관습을 충실히 따르고 순응하기만 했다면 문화의 발전이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김경섭 한솔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건축문화는 위처럼 그 시대의 일상적인 삶을 지적이고 심미적 능력과 결합하여 삶의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특히 근대 철, 유리, 콘크리트의 발견으로 건축문화도 현대사회의 급변성과 함께 다양한 건축 대가들의 창조적 공간감, 미적 표현 등 예술적 감각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심미적, 창조적 건축물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도 건축문화의 지속적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편 울산시건축사회 등이 마련하는 ‘제2회 울산건축문화제’가 11월1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이어 2번째로 마련되는 건축문화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한 문화행사다. 건축사, 시공자, 시민들 우리가 모두 참여하고 소통하는 장이며 이러한 건축문화의 장을 더욱더 유지 발전시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며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어느덧 건축은 문화 중 가장 시각적이고 삶의 일부로서 우리 주변에 더욱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김경섭 한솔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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