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같은 시뮬레이션 가능 기술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 전망
市, 선도도시 위해 노력 서둘러야

▲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가상현실에 대한 주제는 영화 아바타, 게임 포켓몬고, 가상 화폐 등 우리에게 비교적 낯설지 않다. 다만 이전까지는 가상공간의 일들이 주로 불가능한 일들을 대리 만족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가상현실이 디지털 공간에서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 개념으로 발전되고 있으며 이는 규모가 작은 개체 및 단위시설부터 궁극적으로 도시(스마트 도시), 국가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 세계로 발전하려면 우선 각 개체 및 그룹이 디지털화 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에 대한 관심이 최근 뜨겁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존재하는 사물의 쌍둥이를 가상공간에 만들고 쌍둥이를 통해 사물을 모니터링하거나 발생가능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가령 항공기 한 대의 내부 및 표면에 촘촘히 센서를 설치하고 센서의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수신하면 비행기 내부의 사정 뿐만 아니라 외부의 기류상태 등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센서들의 데이터 변동 내역을 실시간 분석해 난기류 발생 확률 등을 예측하거나 문제점 발생시 그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방안도 빠른 시간 안에 모색할 수 있다.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주선을 시험 발사할 수 없던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이 사용했던 기술이며 최근에는 3차원 건축설계 프로그램, 비행기 시뮬레이션 게임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의 일환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및 빅데이터의 발달로 IoT가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면 AI가 기계학습을 통해 최적화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센서류 등 비메모리 반도체의 기술향상이 다양한 센서 장착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 같은 생각들이 본격적으로 구현 가능하게 되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요산업단지가 위치한 울산의 경우도 디지털 트윈의 필요성이 절실할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이 적용되기보다 다양한 수요가 맞춤형 공급을 이끄는 현 제조업에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제조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이다. 이는 다양하고 반복적인 무수한 시뮬레이션에서 비롯되는데, 디지털 트윈은 시뮬레이션에 드는 비용 및 시간을 절감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며 최적화를 추구해 새로운 제품 개발 및 품질 개선이 중요한 제조업 경쟁력에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함에 있어 생산 라인 가동과 근로자 배치 등을 어떻게 설정할 때 효율이 가장 높은 지 결정하는 등 제조업의 운영 관리 부문에서도 생산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해외에선 디지털 트윈 기술의 도입이 우리보다 빠른 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도시를 3차원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해 교통·에너지·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운영을 최적화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홍수 피해도 이 기술로 감소시킨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직전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스마트도쿄를 선보일 계획이며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스마트가로등, 스마트주차장 등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대구시와 경기도 시흥시가 스마트시티 혁신성장 실증도시로 선정되면서 디지털 트윈화에 시동을 걸었다. 대구시는 주로 교통·안전·도시 행정 분야의 연구를 통해 대중교통수단 분담률을 현재 21.9%에서 32.4%로 높이고자 하며 시흥시는 환경·에너지·생활복지 분야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 전기요금 절감, 노인 토탈 케어를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제조업의 중심인 울산도 현 시점이 디지털 트윈화를 통한 스마트 시티 사업에 속도를 낼 적기라고 생각된다.

울산의 성공적인 디지털 트윈화를 위해서는 정부·지차체·산·학·연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신기술들을 적용한 제품·서비스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재정지원예산 및 세제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학계 및 연구소에서는 기술적 검토 및 신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기업에서도 해당 기술이 ICT융합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ICT인력을 보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쪼록 울산이 디지털 트윈을 통한 제조업의 르네상스와 함께 산업수도로서의 명성을 이어 스마트수도로 중흥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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