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국유지 무단점용 철거명령

주민들 ‘반발’ 소송 불사 입장

▲ 울주군 상북면 사광마을의 형성시기인 400년 전부터 설치돼 지금까지 유지보수하며 사용 중인 마을우물.
400년 된 마을 우물이 국유지인 도로를 무단 점유했다는 이유로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은 국유지 등록 이전까지 사실상 점유·사용하던 마을 토지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추진 중이다.

21일 울산 울주군과 군의회에 따르면 군은 최근 상북면 명촌리 사광마을 도로변에 설치된 마을 공동우물 일부가 국유지를 무단 점용했다며 자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우물은 사광마을이 형성되던 약 400년 전 설치돼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우물 부지의 절반은 1990년께 국유지로 등록됐고, 나머지 절반은 사유지로 최근 소유주가 변경됐다.

군은 우물이 위치한 사유지 지주의 민원으로 무단점용 사실을 확인한 뒤 철거를 명령했고, 주민들은 군과 군의회에 청원을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현재 사용 중인 마을 간이상수도가 가뭄 등으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 대체용으로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광마을에는 축사 등에서 400여마리의 소가 사육 중인데, 간이상수도가 끊기면 우물물을 사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령의 노인들은 정초 우물물을 떠놓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등 신성시해 우물을 지키려는 전통 정서도 대단히 강한 편이다.

마을 주민 김삼경(63)씨는 “우물이 도로에서 1m 이상 떨어져 통행에 아무 문제가 없고, 필요한 이유도 충분한데 왜 철거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우물을 지키기 위해 점유시효 취득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90년 농지개량 당시 도로를 직선으로 고치고 노폭을 넓히면서 해당 부지가 국유재산으로 등록됐지만, 이전까지는 미등록된 채 사광부락이 점유·사용하던 마을 공동 소유로 파악하고 있다.

또 농지개량 당시 이미 묵시적으로 도로부지에 대한 점사용 또는 대부계약이 체결됐고, 이후 30년간 군이 아무런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 와 문제 삼는 것은 관청의 자의적 판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군은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현행법 위반 여지가 다분하고, 철거 요구 민원도 계속돼 난감한 상황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진행 상황에 따라 처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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