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거리 줄여 식품 신선도 ↑
지역민은 건강한 먹거리 섭취
직거래 통해 농민에게도 이익

▲ 김철준 울산원예농협조합장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이동을 통해 식탁에 오른다. 식품이 생산된 이후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한 거리를 ‘푸드마일’이라고 하며, 여기에 운반한 식품의 무게를 곱하여 나타낸 것이 ‘푸드마일리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2년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를 대상으로 식품수입에 따른 푸드마일리지를 산정한 결과 우리나라의 1인당 식품수입량과 푸드마일리지가 비교대상국가 중 1위다. 한국인의 1인당 식품 수입량은 468㎏으로 일본 370㎏과 비해 1.3배 수준이고, 푸드마일리지는 7085t·㎞로서 프랑스 739t·㎞의 10배를 기록하고 있다. 즉,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식품 이동거리가 너무 길다.

이러한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한 각 나라별 운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개돼 왔다. 1986년 이탈리아 피아몬테주에서는 지역생산 농산물을 소비하는 로컬푸드(Local Food)운동, 네덜란드의 그린케어팜(Green Care Farm), 이탈리아의 슬로푸드(Slow Food),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 한국의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 등이다. 특히 캐나다의 밴쿠버 거주지를 중심으로 100마일(160㎞)이내에서 생산된 식재료의 형성과 체험에 관한 책이 발간되면서 미국에서는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옛말에 ‘100리 밖에서 나는 것들은 먹지 말라’는 것이 있다. 이는 우리 몸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배탈 등 음식으로 인한 질병을 염려했으리라 본다. 조상대대로 먹어왔던 것은 내 몸의 DNA가 인식하기 때문에 낯설고 미미한 차이에도 신체적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그로 인한 소화흡수 적응에 알레르기나 아토피와 같은 현상들도 이에 포함될 것이다. 게다가 이동거리가 멀수록 음식은 상하기 쉽고 상품성 유지를 위한 저장성 강화에 의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보면 선인들의 오랜 경험을 통한 지혜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몸이 허약하고 장의 기능이 약할 때에도 어릴 적 즐겨먹었던 음식이 그리운 것도 같은 경우이다.

울산광역시의 면적은 서울특별시의 1.7배에 이르며 동서남북의 양축이 공히 100리에 달한다. 옛 선인들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100리라고 하는 말이 문득 울산사람을 두고 뜻하는 말로 연상하게 한다. 최근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나름대로 지역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과 그에 상응하는 안전한 먹거리 급식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울산지역에서도 15만6266명의 전 학생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분위기이다. 한창 성장기의 아이들을 둔 학부모만큼이나 도농복합광역시인 울산농민들도 판로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장거리운송을 거치지 않은 50㎞이내의 생산지 농산물을 생산농민이 직접 선별, 선과, 포장, 가격결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동거리를 단축시켜 식품의 신선도를 극대화하고, 또 직거래를 통해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지역경제 선순환 운동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사계절로 인하여 농번기와 농한기로 구분, 연중 생산성이 낮아 농가당 소득이 지난해 3824만원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어려운 형편이다. 농협중앙회에서는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목표 아래 연중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복합영농 육성과 직거래 유통판매장 확충으로 전국 1000여 곳의 농협마트 등에 로컬푸드 판매장을 개설한다고 한다. 이러한 로컬푸드 운동이 소비자에게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농민의 신선한 농산물 공급과 병행해 지자체에서는 사전 안전농산물 인증제의 도입으로 각종 위해물질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로컬푸드·학교급식 통합지원센터의 조속한 건립으로 생산자의 통합교육, 지원, 물류 등을 시스템화하여 생산단계에서부터 식단에 오르기까지 종합적인 체계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지난날 울산은 국가산업발전을 위해 전력을 쏟아왔듯이 오늘날 인류의 생명산업인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6차 산업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철준 울산원예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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