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들로만 만든 할리우드영화
올해 북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
가족이야기로 공감 불러…25일 개봉
초호화 파티·저택등 갑부 일상 볼거리

▲ 25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한 장면.

“잠자는 사자를 깨우지 마라. 사자가 깨어나면 세계가 흔들린다” 프랑스 영웅 나폴레옹이 1803년 중국을 가리키면서 한 말이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지만, 이런 거창한 문구로 시작한다. 아시아 혹은 중국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느껴진다.

이 작품은 중국계 미국인 존 추 감독이 연출하고 주·조연을 모두 동양인 배우들로 기용해 만든 영화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100% 동양인들로만 캐스팅해 만든 작품은 1993년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이다.

영화는 중국계 뉴요커인 레이철(콘스탄스 우)이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의 ‘절친’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갔다가 닉이 싱가포르 최고 갑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게 그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레이철이 닉의 부유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펼쳐지는 ‘부의 향연’이다. 싱가포르행 일등석 비행기 안 모습은 맛보기다. 예비 신랑과 신부는 바다 한가운데 대형 화물선을 띄우고, 섬 하나를 통째 빌려 각각 초호화 파티를 연다.

극 중 2000억원대로 설정된 닉 할머니의 저택과 400억원대 결혼식 장면에서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온갖 명품을 휘감고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쯤은 돼야 부자’라고 뽐낸다. ‘평범한’ 레이철 눈에는 스케일이나 모든 면에서 ‘미친’ 부자들로 보일 수밖에 없다.

2013년 케빈 콴이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올해 프렌차이즈가 아닌 단독 영화로는 유일하게 북미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거둔 이익만 2억3000만달러로, 제작비 3000만달러(약 340억원)의 7배가 넘는다.

부를 단순히 과시하는 데 그쳤다면 미국에서 그렇게 큰 호응을 얻진 못했을 것이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뻔한 이야기에 예측 가능한 결말인데도 ‘현실 공감’ 캐릭터들과 가족애와 같은 훈훈한 주제가 마음을 열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아시아 파워’를 보여줬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시아 전체 인구 중 손에 꼽을 만한 중국인 갑부 이야기인 데다, 대사 역시 모두 영어로 이뤄졌다.

그런데도 백인 일색 할리우드 영화에 다양성을 불어넣은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동양인을 전형적인 캐릭터로도 그리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영화를 보다 보면 배우들이 동양인이라는 사실을 굳이 의식하지 않게 된다.

최근 큰 인기를 끈 ‘서치’와 더불어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랑, 가족과 같은 보편적 주제는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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