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교수팀, 적외선 이용

‘엔-파이스타 상호작용’ 입증

▲ UNIST 김영삼 교수가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에 필요한 실험장치를 살피고 있다.
수분이 많은 우리 몸에서 단백질이 안정한 구조로 존재하는 증거를 잡아낸 최초의 연구가 나왔다. 향후 생체분자 연구와 신약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자연과학부 김영삼 교수팀이 분자와 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매우 빠른 움직임을 실험적으로 관측하고, 이 움직임 덕분에 단백질 같은 분자들이 수용액에서도 안정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물리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피지컬 케미스트리 레터’ 표지 논문에 선정됐다.

물속에는 ‘수소결합’이라는 화학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화학작용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물속에 다른 물질이 들어오면 수소결합 때문에 구조나 성질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이나 핵산 같은 생체분자들은 물속에서도 구조적으로 안정하게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비공유 상호작용이라고 추정해왔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2D IR)으로 물속에서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존재함을 밝혔다.

연구팀은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페닐 포메이트(PF) 분자’를 물과 다른 용매에 녹이면서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으로 관찰했다. 물 함량을 조절하면서 수소결합 변화도 함께 살폈다.

그 결과 PF 분자에서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시스(Cis) 구조’와 ‘수소결합 구조’가 피코 초 단위로 계속 교환됐다. 물이 많아질수록 수소결합 구조의 비율이 늘어났고, 두 구조가 서로 바뀌는 속도도 빨라졌다.

김영삼 교수는 “수소결합의 에너지가 엔-파이스타 상호작용보다 강하기 때문에 물속에서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관측 전에는 알 수 없었다”며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을 활용한 이번 연구로 물속에서도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존재하며, 수소결합과 경쟁하면서 분자를 안정화시킨다는 걸 최초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은 적외선 3개를 시간차를 두고 분자에 쏘이면서 분자 구조와 매우 빠른 움직임을 관측하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의 개척자인 故 로빈 M. 호크스트래서 교수의 제자로 이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다.

김봉출기자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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