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 울산’ 각인시키려면
연결교통편 만들어 접근성 높이고
케이블카등 교통약자 배려도 필요

▲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노자의 도덕경에 ‘무명 천지지시( 無名 天地之始)요, 유명 만물지모(有名 萬物之母)’라는 말이 나온다. 천지가 열린 태초에는 아무런 이름이 없었으나 여기에 이름이 붙여지면서 비로소 만물이 각각 고유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우리가 터잡아 살고 있는 마을이나 도시에 붙여진 땅이름도 마찬가지여서 지명 자체가 그 지방의 풍토와 역사, 인물, 정서, 문화, 산업 등 다양한 정보를 함유하고 있다. 흔히 ‘土名不二’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명은 지형이나 지질, 산과 내(川), 기후와 풍토 등 자연조건에 따라 명명된 경우가 많다. 부산, 마산, 울산, 군산 등 산으로 끝나는 도시가 그렇고, 인천, 연천, 포천, 순천 등 천으로 끝나는 도시가 그렇다. 울산은 그 지명에서 보듯 당연히 산을 품고 있는 도시다. 옛 언양현의 진산이었던 고헌산을 비롯해 영남알프스 산자락 전체가 울산을 크게 감싸고 있는 형세이다. 그런데 과연 누군가를 붙들고 영남알프스를 물었을 때 곧장 울산을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남알프스는 가지산을 중심으로 간월산, 신불산 등 해발 1000m 이상 봉우리 9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무려 255㎢에 달한다. 수려한 산세와 풍광이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 만하다고 해서 영남알프스로 불린다. 행정구역으로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에 두루 걸쳐있지만 주봉인 가지산을 비롯해 7개 봉우리가 울산에 속하거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특히 울산쪽 신불산과 간월산 일대에 펼쳐진 억새평원은 환상적인 가을 정취를 선사하며 영남알프스의 백미로 꼽힌다. 한강 이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그러한즉 이 좋은 자연을 잘 보듬고 두루 알려 ‘영남알프스=울산’의 브랜드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제가 필요한지 몇가지만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다행히 수도권쪽에서 영남알프스를 찾으려면 울산을 거치는 것이 가장 가깝다. 다만 KTX 울산역이 너무 협소한데다가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연결 교통도 불편한 만큼 이를 해소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예컨대 울산역에서 복합웰컴센터까지 상시 셔틀 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어떤가. 당연히 열차표 소지자에게는 무료로 서비스한다. 적자 운행이 불가피하겠지만 브랜드 마켓팅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울산시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교통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영남알프스의 수려한 풍광은 건장한 등산 매니아뿐만 아니라 노약자든 어린이든 누구나 쉽게 찾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케이블카이다. 요즘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공법과 기술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개통해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사천 바다케이블카가 좋은 사례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환경단체를 비롯한 일각의 반대로 인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프로젝트가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히 민선7기 시정에서 당초 노선을 일부 변경해 다시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니 기대를 걸어본다.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를 발전적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때가 되었다. 올해까지 세 번의 행사를 치렀지만 아직은 콘텐츠가 부실하고 기획이나 운영도 미숙한 편이다. 하지만 드물게 산을 모티브로 하는 영화제라는 점은 분명 차별화되는 매력이다. 이 축제를 ‘울산 영남알프스 페스티벌’로 바꾸어 규모를 키우고, 영화를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나가는게 어떨까. 지금처럼 울주군 차원의 행사에 그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숙제는 많다. 분명한 것은 울산의 성장동력인 관광브랜드는 그저 얻어지는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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