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합창은 있었다. 고대엔 신을 섬기는 의식에서도 합창을 했고, 이집트 파라오시대에는 특히 왕의 대관식이나 결혼식 등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군주나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합창으로 애도를 표해왔다. 근대에 들어서도 유럽대륙 모든 나라, 아메리카 여러나라에서는 합창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합창으로 축제를 비롯한 컨퍼런스, 경연대회, 합창악보박람회 등 다양한 문화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합창을 잘 하기로 세계적으로 공인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음악가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세계의 벽을 뛰어 넘을 것인지 고심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합창 행사를 만들어 수준을 높이고 각종 경연대회를 열어 저변을 넓히는 등 양적, 질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지난주 개막하여 한창 진행 중인 한국합창대제전은 그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합창을 볼 수 있는 대표적 행사다. 필자는 직업상 합창과 관련된 일이 있으면 세계 각국을 다니기도 하고 전국의 어느 도시든 방문한다. 서울에 있는 합창단은 물론이고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정말 많은 전국의 합창단 음악회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때문에 보고 싶은 합창단 음악회를 못 보게 되는 안타까움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합창대제전이 서울에서 열리니 고맙기까지 하다. 전국의 합창단을 한곳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데, 더구나 한국합창대제전이니만큼 각 합창단들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그 어느 때 보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므로 더할 나위가 없다. 한국합창대제전은 한국합창지휘자협회가 검증한 합창단만 엄선하여 기회를 주기 때문에 그 수준은 항상 최고다.

올해 한국합창대제전은 전국에서 25개 합창단이 참여했다. 3일간 음악회를 이어가는데, 내일(26일)은 오후 8시에 잠실에 있는 123층 수퍼빌딩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회가 있다. 27일 오후 5시에도 역시 같은 장소에서 음악회가 펼쳐진다. 합창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지역의 대표 합창단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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