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포함해 전국 13개 사업장이 노사 단체협상 조항에 ‘고용세습’ 관련 내용을 포함·유지하면서 취업 시장의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세습과 관련 단협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장은 총 13개다. 민주노총 사업장이 9곳이며 한국노총 사업장 3곳, 상급단체를 두지 않은 사업장이 1곳이다. 대부분이 ‘장기근속자 및 정년퇴직자’ 자녀를 신규 채용시 우선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회사는 인력수급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직계자녀 1인을 우선 채용하도록 한다’는 단협 조항을 두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인 현대종합금속, 삼영전자, 롯데정밀화학 역시 비슷한 조항을 두고 있다. 귀족노조의 기득권 챙기기 산물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능력 계발과 그 실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고용의 대물림’이라는 사회적 비난에도 아랑곳없다. 법 앞에 평등을 선언하고, 사회적 신분에 의해 경제적·사회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을 것을 강조하는 헌법과 ‘채용에 관한 기업 경영권과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조항’이라는 법원 판결도 무용지물이다. 언제까지 사회발전에 역행하고 공개 경쟁의 취지에 어긋나는 고용세습을 묵인할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 고용세습의 근거를 원천차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울산지법은 고용세습 조항을 바탕으로 지난 2009년 말 정년퇴직 후 2011년 3월 폐암으로 사망한 현대차 근로자의 유족이 제기한 ‘고용의무 이행 청구소송’에서 “채용에 관한 기업 경영권과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으며,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따라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법적문제를 떠나서도 고용세습은 공정 사회를 추구하는 우리의 사회적 정서에 반하는 것이다.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고 건전한 고용시장을 왜곡, 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겨주는 대표적 적폐인 것이다. 가뜩이나 공기업에서의 고용세습 문제가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요즘이다. 고용세습 원천차단을 위한 국가적 결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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