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세계의 음악축제 현장을 가다

 

지난달 이어 또한번의 음악기행문을 작성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을 출발해 11월9일 귀국하는 일정 중에 있다. 아마도 13년간 이어온 필자의 음악여행 중 가장 긴 여정이 될 것이다.

먼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마마(MAMA) 페스티벌에서 나흘을 보냈다. 오랜만에 들른 파리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MOU 체결을 위해 방문한 몽마르뜨언덕의 동북쪽은 이슬람문화센터 주변으로 북아프리카인들과 무슬림들의 집단거주지가 자리잡았다. 이곳에서는 내년 2월 열릴 ‘Music Connect Paris’라는 새로운 뮤직마켓의 발전방향과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글롬넷(GloMMnet·Global Music Market network) 신규회원 확충방안을 논의했다. 참고로 글롬넷은 전 세계 23개국 25개 회원단체를 두고 있다. 뮤직 커넥트 파리가 열릴 이 건물(5층)은 300명 관람 규모의 라이브 홀, 녹음 스튜디오, 아티스트 협업과 레지던시 룸을 갖춘 곳이다. 한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몽마르뜨언덕이 보이는 이곳에서 음반을 만들고 체류하면서 새로운 작업들을 하게된다.

다음은 파리에서 마드리드를 거쳐 대서양의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라스 팔마스에 도착했다. 우선은 카나리아 정부가 본국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기위해 개최하는 Canary Island Music Market(CIMA)에 참가했다. 하루에 3개씩 쇼케이스 공연을 관람하고, 박물관에서 그란 카나리아 개척과 이주의 역사를 듣는 순서도 있었다. 팀플(Timple)이라는 작은 기타가 이곳 그란 카나리아를 대표하는 악기다. 신기한 것은 팀플과 거의 흡사한 형태의 우쿠렐레는 하와이, 까바낑뉴는 아프리카, 차랑고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널리 연주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지역들 간에 음악 혹은 악기의 강력한 연관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문화인류학적으로 탐구하는 것도 월드뮤직을 통한 지적유희 중 하나일 것이다.

▲ 이정헌 서울뮤직위크 감독 영남대(예술행정학) 강사

24일부터는 CIMA가 끝나고 세계 최대의 월드뮤직 워멕스(WOMEX)가 시작된다. 필자는 2007년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참가하고 있어서 3000명에 이르는 이 분야 사람들을 반갑게 만나는 자리가 된다. 워멕스가 아니어도 크고 작은 뮤직 마켓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도 있고, 매년 새로운 아티스트와 매니저들도 만난다. 워멕스에서의 하루는 1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분주하다. 4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0개가 넘는 홍보부스, 60개의 쇼케이스 공연, 50개가 넘는 컨퍼런스와 네트워크 미팅이 이어진다. 각국 기관들이 벌이는 파티와 식사초청 마저도 알고보면 모두가 본인들의 음악을 알리고 팔고자하는 뜨거운 경쟁의 장이다.

워멕스를 마치면 다시 마드리드를 거쳐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으로 갈 예정이다. 라틴아메리카 뮤직 마켓 Circulart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두 번째 참가인 이 행사는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인근의 다양한 음악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조직과 운영이 모범적이다. 메데진은 원래 코카인 대부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본거지였으나 지금은 음악을 중심으로 한 콜롬비아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이번 여행이 끝날 때 쯤이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참고사항들이 내 머릿 속에 쌓일 것이다. 바로 이 즐거움이 시차와 힘든 여정을 극복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인이다.

이정헌 서울뮤직위크 감독 영남대(예술행정학) 강사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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