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의 공공성 확보와 더불어
창의성·다양성 교육체계 마련등
유아교육 기본틀 다시 정립해야

▲ 강혜경 전 경성대학교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대학 강의를 마치고 줄지어 지나가는 한 무리의 병아리를 만났다. 다름 아닌 유치원 꼬맹이들이다. 바깥나들이로 대학캠퍼스를 산책하는 녀석들의 손에는 곱게 물든 나뭇잎이 반짝거리고, 가을 햇살 속으로 종알종알 웃음꽃이 퍼져갔다.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나서, 한참이나 그 녀석들을 쳐다봤다. 깊고 푸른 가을, 아름답고 귀한 세상 보물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최근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유치원 사건을 접하면서 관리감독 부실의 교육청과 학교인 듯 아닌 듯한 사립유치원의 행태에 공분하게 된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회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왜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현실적인 재무회계규칙이 없어 회계부정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립유치원과 국회는 뭘 한 것인지? 이번 사태는 처벌과 옳고 그름의 문제를 짚고, 저 출산 문제와도 맞물려 중요한 유아교육의 기본 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국에 사립유치원은 4220개, 국공립은 4801개가 있다. 숫자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수용 원아 수로 따지면 사립유치원(50만5743명)이 75%, 국공립(17만2553명)이 25%로 3배 정도 차이(2018년 4월 기준)가 난다. OECD 35개 국가들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평균이 67%이고, 유럽연합도 평균 54%이인 것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립유치원의 비율이 높은 것은 80년대 유아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80년대 800여개이던 사립유치원이 87년도에 3000개가 될 만큼 확대되었다.

이후 무상교육정책이 진행되고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립유치원에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면서 공교육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고 공공성과 충돌하게 되었다.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으로 학교라는 공적영역에 속하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자영업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립유치원 중 사인(私人)이 설립해 운영 중인 사립유치원은 3700여개의 87%이고, 법인 유치원은 500여개로 12%를 차지한다. 그나마 법인일지라도 학교법인은 매우 희소하고 대학부설,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 부설이 대다수이다. 그러니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사인(私人)형 사립유치원은 재산세를 내고 있는 사유재산임을 내세워 학교로서의 역할과 법적 제도적 정비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정신이 변화하고 있다. 보편적 교육, 무상교육 그리고 누리과정 10년을 지나며 저출산이나 일가정 양립의 문제와 맞물려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강화되고 있다. 2013년부터 국가가 유아교육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면서, 사립유치원에 매년 2조원이 넘는 돈이 정부 누리과정 예산으로 지원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국가지원 비율이 최소 45%를 넘는 수준이 되었다.

정부의 예산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관리되어야하며, 사립유치원도 회계투명성 확보 방안을 비롯한 법과 제도의 개선을 수용해야 한다. 더 이상 유아교육이 자영업자라는 사인(私人)에 의해서가 아닌 교육적 철학을 가진 교육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5년간 40% 국공립유치원을 확충하기 위해서 신증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재원 등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면 요원하게 느껴진다. 현실적 방안으로 단순 초등학교 병설보다는 유치원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병설형 단독유치원으로 국공립유치원을 확충하는 방안, 사립유치원을 법인화나 공영형으로 전환하는 등의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 참에 유치원의 공공성 확보와 더불어 창의성과 다양성의 차별적 유치원 교육체계가 정립되도록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교육현장을 지켜낸 유치원 교사들의 노고에 누가 되지 않게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문제는 분명히 구분해서 처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안전사고의 예방과 유아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20명이 넘는 유치원 교사 1인당 학생수 비율을 줄여야 한다. 문득 유치원에서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하라 등)이 삶의 전반에 적용된다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이 생각난다.

강혜경 전 경성대학교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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