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목 울산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루이-윌리엄은 트랜스 현상과 관련된 그림들은 샤머니즘과 관련되었다며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원적 세계관이다.

둘째, 현실세계는 다른 세계(저승)와 관련돼 있으며 제의의 대상은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사냥이 되지 않거나 질병에 걸리면 다른 세계에서 그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승과 저승을 중재하는 존재가 샤먼이다. 그래서 샤먼 의식의 목적은 병을 치료하거나, 초자연적인 힘을 통해 안전을 유지하고, 가뭄에 비를 내리게 하거나, 미래를 예견하고, 사냥에서 좋은 결과를 기원하거나, 동물의 주재자에게 사냥을 허락 받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의식을 행한다.

셋째, 샤먼은 접촉과 변신을 한다. 영혼의 조력자는 흔히 샤먼은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영혼의 조력자와 접촉한다. 만약 영혼의 조력자가 곰이라며 샤먼은 곰 인간과 동일시된다.

넷째, 샤먼은 트랜스 상태에서 의식을 행하고 다른 세계와 접촉한다. 샤먼 의식이 주로 밤에 거행되는 것은 다른 세계가 어둠 속에서 더욱 적합하다는 관념이 깔려 있기 때문이고, 다른 세계는 지리적으로 매우 독특한 곳이나 위험한 공간인 경우가 많다.

프랑스 선사학자 클로드(Jean Clttes)는 구석기시대 동굴이 거주 공간이 아니고 의식을 행하고 그림을 그리는 장소로 사용된 것과 벽화의 주제가 환각상태의 이미지에 가깝다며 루이-윌리엄의 이론을 지지했다. 구석기시대 추상적인 기호들이 트랜스 단계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하였다. 루이-윌리엄의 이론이 구석기미술에까지 언급되자 샤머니즘을 두고 선사학계에 논쟁이 벌어졌다. 이탈리아 선사학자 아나티(Emmanuel Anati)는 사냥주술 이론이나 신화, 성적상징처럼 샤머니즘 이론도 나름 설득력이 있지만 인간의 창의력을 설명해주는 유일한 법칙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기호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그림이 단순한 원리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선사학자 비알루(Denis Vialou)는 트랜스 이론이 지나치게 대중화되면서 과장되었고, 과학적 기초자료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에 청동방울과 거울, 검 같은 무구(巫具)들이 있음을 보면, 천전리 암각화와 전혀 무관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트랜스 이론은 여전히 선사학계에 뜨거운 논쟁거리로 현재 진행형이다. 이상목 울산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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