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 속 중일 연대 모색…'자유무역 수호' 한목소리

▲ 손 잡은 중일 정상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중일 양국이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분쟁 이후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올렸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무역 공세 속에 이뤄진 아베의 방중으로 양국 정상이 '자유무역 수호'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양국이 제한적이나마 대미 연대 전략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유무역 수호'를 공동 기치로 내걸면서 미국의 '중국 고립화' 전략에 맞설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다른 나라의 지식 재산권을 절취하고 자국 기업에만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등 부당한 산업 정책을 펴는 '무역 불량국가'로 낙인찍으면서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국제 무역질서를 흔드는 것은 미국이라며 자국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며 미국의 무차별적 무역 공세에 신음하는 타국과의 연대를 모색했지만, 그간 유럽 등 서방 진영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자 미국의 핵심 군사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안방에서 '자유무역 수호 진영'에 일본을 공개적으로 포섭한 것은 전략적 함의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 신문은 27일 중국이 일본과 경제 관계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갈라놓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노골적으로 경계했다.

요미우리 신문도 일본 정부가 중일 정상 간 친근한 모습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연대'라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중국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도 일본 총리로서는 7년 만의 방중을 단행하면서 중국과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나선 데에는 경제적 실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일 무역 공세를 차단할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 지형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세계 경제 2위 대국인 중국과의 협력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치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멕시코와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하는 새 무역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USMCA)을 체결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각개 격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부터는 일본과의 양자 무역 협상에 나서는 등 칼끝을 다른 나라로 돌리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공세를 앞둔 일본이 미국과 일전을 치르고 있는 중국과 '자유무역 수호' 메시지를 공동 발신한 것은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일본의 대중 접근을 단기적인 트럼프 견제 목적으로만 봐서는 안 되며 더욱 큰 '경제 영토 확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당초 세계 최대 다자간 무역 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미국과 함께 주도적으로 추진했으나 트럼프의 집권 이후 미국이 이탈함에 따라 판이 어그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중국과의 과감한 경제 협력의 틀 구축을 시도함으로써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경제 영토를 넓히는 큰 그림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런 일본의 접근을 환영하면서 아베 총리의 방중 기간 일본 측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 '티켓'을 안겼다.

양국은 아베 총리의 방중 기간 '제3국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중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일대일로 사업에 일본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아베 총리를 만나 "일대일로 건설은 중일의 협력을 심화하는 데 새 플랫폼과 실험의 장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신시대 중국 발전 프로세스에 참여하기를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외교관 출신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일 관계 개선은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 훨씬 전부터 진행돼 왔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에 중일이 화해 분위기로 간다는 단선적인 해석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중일 관계가 개선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문제에서) 일본을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은 당초 TPP를 통해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에 대항하려는 전략적 구상을 했지만 미국이 빠지고 판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중국이 만드는 일대일로 블록에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나중에 미국을 끌어들이는 식의 큰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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