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첫해 팀 '존폐 위기' 속 우승…"후배들 좋은 길 열어주고파"

▲ 선수단 격려하는 박동혁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아산 무궁화를 이끌고 첫해에 우승을 이끈 박동혁(39) 감독은 팀의 존폐 위기 속 제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박 감독은 2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하며 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 후배들이 축구 인생에서 좋은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1월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송선호 감독의 뒤를 이어 아산 지휘봉을 잡아 첫해에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수순대로라면 내년 K리그1(1부)에 바로 승격하는 만큼 내년 시즌 준비 계획 등을 밝히는 게 자연스럽지만, 당장 팀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면서 승격 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선수단을 운영하는 경찰청이 신규 선수(의경) 선발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당장 팀을 유지하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박 감독이 '좋은 길'을 거론한 것도 선수들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었다.

박 감독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하며 말을 꺼냈다.

그는 "경찰청장님이나 대한축구협회장님, 프로축구연맹 총재님께 우리가 우승했다는 것을 부각하고 싶다. 이만큼 잘했고 우승까지 한 팀을 없애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렇게 승격을 따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준비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모든 팀 사람들이 안다"면서 "이런 것들이 헛되지 않게 다시 심사숙고하게 기회를 만들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로는 2002년 전북 현대에서 데뷔해 전북과 울산 현대에서 주로 뛴 박 감독은 지도자로 일군 첫 우승이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 듯했다.

박 감독은 "아직은 평상시와 같다. 우승이 실감 나기보다도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는 느낌"이라면서 "선수들과 스태프, 구단, 팬들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부리그에서 전북이 홈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꺾고 세리머니한 것처럼 저희도 다음 홈경기 상대인 안양에 지난 패배를 설욕하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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