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부지수 139개국중 62위
현금·생필품·헌혈·자원봉사등
이웃 위한 후원·기부 이어가야

▲ 임길엽 교직원자원봉사회 회장 전 대현초 교장

“♬. 너희들은 염소가 얼만지 아니? 몰라, 몰라!/아프리카에선 염소 한 마리 4만원이래. (싸다!)/하루에 커피 한잔 줄이면 한 달에 염소가 네 마리./한 달에 옷 한 벌 안 사면 여기선 염소가 댓 마리./지구의 반대편 친구들에게 선물하자./아프리카에선 염소 덕분에 학교 간단다./학교 보내자. ♬”

3년 전 ‘교단 일기/대현초 인연들’ 밴드에 흘러나오던 ‘염소 4만원’이라는 옥상달빛의 노래다. 당시 10월 즈음, 운동장 음악조회 때 전교생이 자기가 좋아하는 악기로 ‘염소 4만원’을 연주하기로 했다고 담당 선생님이 알려 왔다. ‘염소 4만원이 도대체 뭐지?’ 알 수 없는 곡에 노래도 하고 합주를 한다니 무척 궁금했다. 그러다 교무부장이 자기 반 아이들과 함께 노랫말에 맞는 그림을 그려 동영상으로 만들어 밴드에 올린 것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커피도 줄이고 옷값도 아껴 아프리카에 염소를 보내자는 노랫말에 ‘그것 참 괜찮은 일이네’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우리 학교에서 아프리카로 염소를 보낼 방법이 없을까하고 의논을 하다가 전교 어린이회 중심으로 염소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걱정했던 것 보다 호응이 좋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모금함을 들고 다녔고, 교사들이 한 마리씩, 학부모도 한 마리씩, 소식을 들은 지인들과 가족들이 또 힘을 보탰다. 우리가 모은 염소를 보내는 날 모두 모여서 노래도 부르고 합주도 하면서 기증식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하던지 지금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염소를 보내주는 단체에 염소가 자라는 모습, 아이들이 실제로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 달라고 부탁도 했었다.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17년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39개국 중 우리나라는 62위다. 2016년보다 13계단 올랐다. 139개국에서 1000명을 인터뷰해 1년 동안 낯선 사람을 도와준 비율, 기부 경험의 비율, 자원봉사시간 등을 종합한 순위인데 미얀마는 4년째 1위, 그 뒤로 인도네시아 케냐와 뉴질랜드, 미국 순이다.

생전에 석유왕이라고 명성을 얻었던 록펠러 가문은 자녀들의 경제교육을 독특하게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자녀들에게 일주일 단위로 용돈을 주면서 사용처를 정확하게 기록하도록 했다. 용돈의 3분의 1은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했지만 3분의 1은 저축을 하도록 했고, 3분의 1은 기부를 하도록 했다. 규칙을 잘 지킨 자녀에겐 상금을 줬고, 지키지 못한 자녀에겐 용돈을 줄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부모의 가치관까지 물려주는 레거시 설계가 유행하고 있다. 재산의 일부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다. 반면 각 복지기관이나 NGO단체에 후원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대부분 자동이체 되는 월 후원금을 통지도 없이 끊어버린다. 곳곳에서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이들이나 관계자들의 후원금을 끊는 것은 그들의 식량을 끊는 것과 똑같다는 얘기를 어느 선교사에게 들은 기억이 난다.

필자는 지난 2010년 2월에 라오스 세퐁에 가서 7세 된 결연 아동을 만나고 왔다. 후원금만 보내던 때와 달리 아이를 안아보고 온 후론 아이 사진을 날마다 보게 된다. 떨어져 있는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며 때가 되면 다시 보러 갈 날을 꿈꾸고 있다. 기부는 현금만이 아니다. 의류와 식량 등 각종 생활용품, 헌혈,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온정들이 다 포함된다. 연말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이웃을 돌아보는 맘이 기부의 첫걸음이 아닐까? 필자와 같이 근무하던 한 선생님은 자신의 딸을 미장원에 데려갈 때 다문화가정 아이를 데려가 딸과 같이 파마를 시켜주기도 했고, 또 다른 선생님은 자녀의 돌잔치를 양육원에 가서 그 곳의 아이들과 간식을 나누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기부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기부 문화에 대한 교육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1950년대에 전 세계에서 보내준 후원으로 우리는 먹을 수 있었고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가 갚을 때다. 경제가 좀 어렵다고 보내던 후원을 끊어서는 안된다. 아프리카로 염소를 보냈던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또 염소를 보내게 되리라 믿는다. 염소 한 마리면 아프리카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임길엽 교직원자원봉사회 회장 전 대현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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