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대한 국정감사가 싱겁게 끝났다. 예상밖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울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정감사이기도 했으나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그동안 지역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사건들의 재탕에 그쳤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검찰의 고래고기 환부사건이나 경찰청의 김기현 전시장 측근 비리 조사 등 최근 드러난 사건 뿐 아니라 수십년째 해결책을 못찾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식수대책, 용두사미가 돼버린 산업기술박물관과 산재모병원 건립, 지지부진한 오일허브사업, 조선·자동차 산업의 부진과 울산경제의 추락, 석유화학공단의 안전대책, 부유식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미래, 서울과 지방의 심각한 문화·교육격차, 전국 최고의 실업률,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최악으로 치닫는 노사관계 등 국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송철호 시장은 마무리발언에서 “이런 국감이라면 매년 해도 괜찮겠다”고 했다. 감사의 뜻으로 한 말이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국감마저 중앙과 지방을 차별하면서 대충 시간만 떼운 건 아닌지 의구심이 인다.

국회의원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년간 울산시가 별달리 한 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근래 수년간 울산에서 새롭게 진행된 대형 프로젝트는 없다. 수년전부터 이어져온 숙원사업이나 최근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울산시는 대책없이 쳐다만보고 있다. 전·현 대통령 공약사업도 어느 하나 시작도 못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만을 탓하며 최악의 실업률과 지역 인구 감소조차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의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감장에 올려놓을 거리가 없었던 것이다. 울산시의 심각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오죽하면 국감에 나선 의원들이 이미 알려진 통계자료를 들여다보고 울산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았겠는가.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울산 실업률이 10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1등이고, 실업자는 2만5000~3만명으로 추산되며, 자영업자 폐업률도 두 번째, 인구는 3년째 감소세”라며 시장에게 대책을 물었다. 이진복 의원도 “조선업이 어려운데 조선업이 나아질 것이라는 거짓말만 6개월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시장은 “그동안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에 너무 기댔는데 상황이 매우 안 좋게 바뀌었다”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수소산업 활성화, 해수전지 등 에너지 허브로 새로운 울산 미래산업을 형성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나친 낙관론을 비판하던 의원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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