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격리된 상태에선 미래 없어
풍요로운 울산 위해 장기플랜 세워
한류콘텐츠 바탕 문예교류 이어가야

▲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시지회장

관객 800만, 박광현 감독의 데뷔작인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판타지로 표현한 반전영화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산골 오지 순박한 사람들의 마을 동막골에 연합군과 인민군, 국군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동막골 사람들 속에서 증오가 우애로 바뀌는 감정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영화속에서 표현되는 동막골 사람들은 아마존 부족처럼 세상과 단절 아닌 단절을 하며 그들만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영화적인 설정으로 휴머니즘을 보여주었지만 실화였다면 동막골은 아마 전쟁박물관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1820년대에 나타난 과잉 생산으로 최초의 공황을 맞은 서구 열강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여파가 아시아에까지 미치며 동북아시아에서는 오직 조선만이 세계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19세기 초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척화비를 전국 각지에 세우고, 단호한 쇄국정책을 천명하였으나 전세계적인 시대의 흐름과 개혁에 대한 중대한 민족적 과업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 국제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반면 1989년 시행된 해외여행 자유화는 ‘88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자신감과 올림픽을 통한 국제화가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과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이 큰 이유가 되었다. 또한 1987년 민주화 이후 사회 전반의 경직된 분위기가 완화되고 자유로워진 것도 한몫 하였다. 필자도 당시 미술대학 학과 학회장의 자격으로 국교 수교 전인 중국을 14박15일 전액 국가 예산으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북경을 거쳐 남경, 상해로 이어지는 긴 여정속에서 본 당시 중국민들의 삶은 우리네 60년대 보다 못한 삶이었고, 심지어 북경 공항을 제외하곤 공중화장실 칸막이 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낙후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저력있는 민족이며 그들이 깨어나면 무섭겠다 느낀 건 ‘자금성’을 비롯한 중국의 역사적 유산물을 접하면서였다. 그들의 저력이 ‘부관흑묘백묘(不管黑猫白猫) 착도로서(捉到老鼠) 취시호묘(就是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오로지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사회주의식 시장개방은 오늘날 세계 경제대국 1위를 노리는 중국의 힘을 보여주었으며 미래의 중국도 만들어 감을 이번 남구문화원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월21~25일까지 울산 남구문화원-중국 염성시 서화원 문화예술교류 협약식 관계로 중국 4개 도시를 방문하였다. 같은 시기 남구청과 염성시 업무체결식도 같이 진행되었다. 필자가 거의 28년만에 방문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은 좁은 미디어 정보들이나 국내 유입된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저급한 상품들로 고정된 인식의 국가 브랜드에서 이제는 10년, 100년 후를 내다보며 진행하는 새로운 중국 중심의 ‘메이드 인 차이나월드’를 꿈꾸고 있다는걸 느꼈다.

이제 울산도 17개 시·도 중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제도시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우선 형식적인 교류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장기 플랜이 필요하며, 그 시작을 한류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물고를 트는 것을 어떨까 한다. 문화는 전 세계 공통의 콘텐츠이며 우리네 삶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웰컴투 동막골 주민들은 강제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면 쇄국정책은 스스로 고립되도록 만든 역사적 사건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사회와 격리되어서는 미래가 없음을 보여주며, 어려울수록 투자와 광고를 많이 한 기업이 살아 남는건 지난 IMF위기를 통해 증명되었다. 지금 울산도 어렵다. 어렵다고 웅크리지 말고 미래의 풍요로운 울산을 위해 장기적인 플랜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준비해야 미래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번 중국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세상은 정말 빠르게 돌아가고 있으며 주변 나라들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음을, 우리도 더 많이 보고 배워야 한다는걸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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