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이 ‘종합체육공원 조성 사업의 변경’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9일 공청회도 개최했다. 그런데 여론 조사서의 내용에서부터 공청회 방법까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주군수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여론을 들러리로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수렴이 그 절차를 거치는 것만으로 선의가 되던 시대는 지났다. 순수하게 여론을 따르겠다는 진정성이 없이 의도를 갖고 접근해서는 오히려 반발만 불러 일으키고 만다.

특히 이번 여론수렴의 경우 여론을 따를 일인가를 되짚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군내 축구장이 12개나 되고 실내체육관은 2개 뿐이므로 축구장(주경기장) 건립 대신 실내체육관으로 바꾸려는 것이 군수의 의도다. 이는 여론조사니 공청회니 여론수렴으로 포장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울주군이 자체적으로 객관적인 자료와 검증을 토대로 신중을 기해 옳은 방안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여론조사 응답자 800명 가운데 체육공원 조성에 대해 아는 사람이 32%에 불과한 것도 여론조사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여론조사 설문지의 공정성도 문제다. ‘울주군내 축구장 시설 과다와 이용률 저조, 군민들이 필요로 하는 체육시설 제공 필요 등의 이유로 축구장(주경기장) 대신 실내체육센터 등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는 울주군의 의도가 설문 문항 앞에 들어 있어서는 공정한 의견수렴이 되기 어렵다. 주경기장과 실내체육관을 함께 짓자는 여론이 높은데 설문문항에는 아예 없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예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민들로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함부로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청회에서 군수가 직접 나서 논쟁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군수는 변경 의견을 제시한 사람으로서 제안설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군수라는 지위가 있기 때문에 단순한 설명이라고 하더라도 강요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아 공정성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추진 중인 정책의 수정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특히 대형공사의 경우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많은 예산을 날리게 된다. 전국적으로는 신고리5·6호기 건설과 관련한 공청회가, 울산에서는 시립미술관 건립과 관련 공론화를 통해 이미 경험을 쌓았다. 울주체육공원 조성 계획을 수정하는데도 수십억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2년 남짓 시간도 허비하게 된다고 한다. 많은 예산과 시간을 날리더라도 현시점에서 바꾸는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예산절감이 되는 일인지 전문적 진단이 필요하다. 여론조사나 공청회는 그 해답을 주기에 적절한 방법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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