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중 간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교역 부진이 현재진행형이고, 미국발 수입차 관세 폭탄 우려가 자동차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성장 전망도 썩 밝지 않다. 이 가운데 한국 자동차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최근 ‘어닝쇼크(실적충격)’ 수준의 3분기 실적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쌍용차는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한국 GM은 법인분리 논란 속에 노사가 다시 충돌하고 있다. 협력사들도 완성차 업계의 부진 여파에 휩싸여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공멸의 위기를 느낀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정부에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건의서를 내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5개 완성차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산업 전반을 위해 정책 건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산업협회는 이르면 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에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건의서를 낸다. 건의서에는 △세수 지원을 비롯한 내수 진작책 △환경규제 도입 시기 조정 △중소 부품사 자금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로제)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한 보완책도 건의할 예정이다. 난국돌파를 위한 국가적 전략마련이 시급하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후진적 노사관계 청산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는 ‘고임금­저생산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강성노조 리스크’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뭉쳐 난관을 헤쳐나가려는 합리적 노사관계 없이는 국가적 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뿐더러 효과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만해도 핵심계열사 3사의 영업이익이 1조를 밑돌고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임금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또 신기술·신차종 개발이 위기 극복의 열쇠지만 이해와 협력보다는 대립 상황을 연출, 미래를 위한 에너지 소진에 여념이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 자동차 수출액(234억28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1~7월 기준) 감소했다. 5위(5.6%·2013년)였던 세계 자동차 수출시장 순위도 8위(4.6%)로 내려앉았다. 하락 추세에 내몰린 한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앞날을 점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같은 순간에도 사측이 노조와의 관계에 더 많은 힘을 쏟도록 요구받는 답답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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