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인사에 실망 크지만
‘어공’들 참신성과 독창성으로
‘송시장 성공’의 디딤돌 됐으면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승자독식’이다. 눈치 같은 건 안 본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가 그렇게 됐다. 이명박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었고 박근혜는 ‘수첩’ 인사였다. 문재인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다. 서로 욕은 해대지만 결국은 매한가지다. 감시가 둔하기 때문인지 사실상 지방정부는 더하다.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 대표는 물론 그 밑에 본부장이나 센터장까지 다 바꾼다. 심지어 월급도 안 주는 자잘한 사회단체 대표와 사무국(처)장까지도 갈아치운다. 같은 정당 출신의 자치단체장으로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여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송철호 울산시장의 인사도 ‘캠코더’로 요약된다. 공정에 대한 기대감 탓인지, 앞선 시장들 보다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특보만 해도 3명이나 영입했고 경제부시장과 복지여성국장과 공보관(대변인)도 개방형으로 바꾸었다. 9개 공공기관장들에겐 일괄사표를 종용, 그 중 6명을 교체 중이다. 그밖에 공공기관(단체)의 수십 개에 이르는 간부직도 속속 바꾸고 있다. 후보 시절 약속도 저버리고 인사청문 도입도 미뤘다. 공개채용이라는 형식을 거쳤으니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우길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무늬만 공채’, 특채에 다름 아님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8전9기의 긴 세월 함께 한 정치 참모들, 민주당을 지켜온 토박이들, 한때 몸담았던 민주노동당 책사들의 속속 등장이다. 함께 일을 하려면 생각이 맞아야 하니까 어느정도 ‘코드’는 용납할 수 있다. 또 유권자의 선택 속에 ‘더불어민주당’도 들어있다고 보면 ‘코더’까지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캠프’다. 애초에 자리를 목표로 캠프에 들어간 사람에서부터, 적진에서 사선을 넘어온 용사들, 은근히 도움을 준 ‘올드보이’들까지 다양하다. 짧게는 한 달, 많게는 서너 달 선거캠프에서 일했다고 해서 한 달에 수백만 원씩 주는 일자리를 하나씩 척척 갖다 안기는 건 아무래도 온당치 못하다. 한 번에 챙기기가 벅차서 4년 임기를 2년씩 전·후로 나누어 ‘보은’을 약속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들 중 다수가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실이 더 안타깝다. 그게 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도 조금 서글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을 믿어보고 싶다. 그들 중 누구는 적폐청산을 위해 수십 년 한 길만 달려온 사람이 아니겠나. 그들 중 누구는 적재적소 인재로서 기대 이상의 훌륭한 성과를 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개방형(開放形) 직위가 갖는 근본적 장점에 대한 기대감도 이유의 하나다. 공직사회의 개방형 직위는 전문성 확보와 조직의 활기가 목적이다. 민간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성공경험을 갖고 관료사회로 진입해 변화를 이끌어내라고 만든 제도다. 아무나 들이자고 무작정 ‘열어놓은 문’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어공’에 대한 무조건 거부감도 곤란하다. 지금 울산시에서도 ‘늘공(늘상 공무원)’과 ‘어공’의 불협화음이 새나오고 있다. ‘어공’이 보기엔 ‘늘공’의 복지부동이 한심하고 ‘늘공’ 눈엔 ‘어공’이 천방지축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초창기 갈등을 실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갈등은 때론 발전의 촉진제가 된다. 신뢰만 있다면 말이다. 서로를 믿으면 장점을 끌어내고 융합하고 갈등은 쉽게 해소된다. 서로를 인정하면 천방지축 ‘어공’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경직된 ‘늘공’을 흔들고 공직사회를 창의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세익스피어의 희곡(All’s Well That Ends Well)에서 주인공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어공’들이 지혜와 인내로 마침내 ‘송시장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면 ‘캠코더’가 무슨 상관이랴. ‘송시장의 성공’은 울산시민 모두의 바람이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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