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소득 증가하면서 급여도 상승
저임금에 기대던 업종 생존 어려워져
창의적 사고와 실천으로 살아남아야

▲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필자가 지금 일 하고 있는 곳은 말레이시아이다. 말레이계, 중국계 그리고 인도계 인종이 섞여 있는 다인종 국가이며,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우리나라 보다는 2.5배 정도 적다. 그렇지만 동남아에서는 국민소득이 가장 높아 다른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들어와 불법 체류자의 수가 많다. 정부에서는 ‘우리의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내 줄 수 없다’는 슬로건 하에 불법 체류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자리가 중요하다. 일자리가 없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개인이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얻지 못하는 사회는 불안하다. 오랫동안 그런 생활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불만이 많을 것이다. 우리도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높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외국에서 살다보면 고국의 현상을 타국과 비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내 나라가 다른 나라 보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중에서 이곳 현지인들은 한국의 정치 및 남북 관계에 관한 관심이 다른 분야 보다 많다. 그러나 필자는 경제 분야에 특히 산업 경쟁력에 대해서 관심이 높다.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높이고 주간 근로 시간을 줄이면 좋아하겠지만 사업자들은 그 반대일 것이다. 강제하는 것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다른 관점이 있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1인당 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가게 되면 급여 상승의 여파로 저 임금에 기대던 업종은 생존이 힘들기 때문에 대체로 그곳보다 저임금 지역 국가로 그 산업이 옮겨간다. 이곳에도 오래전부터 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 그래서 현 정부에서는 외국의 기술 집약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런 산업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FMM(Federation of Malaysian Manufacturers) 창립 50주년 만찬에 참석하였는데, 그날 행한 마하티르 수상의 기념사 내용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우리가 외국에서 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공장을 세웠지만 그 공장에서 우리 근로자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Made in Malaysia이니 그 제품을 우리가 애용해야 됩니다. 국산품을 많이 사주어야 산업이 발전합니다. 한국이 좋은 본보기입니다. 그들은 지금 세계 일류의 제품을 다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일류 제품과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애플사를 능가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하는데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일본,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며, 저가의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는 중국과도 관계를 발전시킬 것입니다. 용기를 가지고 도전합시다.”

94세인 노 수상의 연설은 단호하게 들렸다. 전 정권 지도자들의 어마어마한 부정 축재에 대해 조용하나 강력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면서 경제 재건을 강조하는 지도자를 보며 이 나라의 꿈과 미래를 점칠 수가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목전에 두고 10년도 더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있는 우리의 경제가 안타깝다.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후발국들의 도전에 한때 경쟁력이 최고였던 몇 업종이 고전하고 있다. 그들이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애써 이룬 브랜드의 가치와 함께 미래에도 후손에게 좋은 일터로 남았으면 한다. 기업은 무한 경쟁에 놓여 있다. 품질, 가격, 납기 그리고 서비스는 기본 경쟁의 항목이다. 어떻게 이 분야에 우위를 점하여야 할지 창의적인 사고와 실천으로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한다.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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