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65세의 노인이 있다. 그에게는 10만원 남짓한 돈만이 남아 있고 모든 것을 잃었다. 사고로 아들을 잃고, 열정을 다 바쳤던 식당은 불이 나 파산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같은 상황이라면 신세 한탄을 하며 자포자기하는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커넬 할랜드 샌더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회보장기금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남은 돈을 몽땅 털어 압력솥을 사고 닭 요리 튀김 양념을 챙겨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트럭에서 잠을 자고 주유소 화장실에서 면도를 하며 미국 전역을 돌며 치킨 레시피를 팔아보기로 하지만 찾아간 레스토랑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실성한 노인 취급을 받았으며 심지어 욕설을 듣기도 하였다. 그렇게 샌더스가 미 전역을 돌며 거절을 당하며 보낸 시간만 자그마치 2년. 1000번이 넘는 거절을 당하고서야 마침내 켄터키 주 솔트레이크시티에 KFC 1호점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1008번이나 거절당하고 미친 노인네 취급을 받던 그 남자는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KFC 매장 앞에 흰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어김없이 웃고 있는 백발의 노인의 모습을 한 마스코트로 사랑받고 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성공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다. 샌더스처럼 닭 요리 양념을 만드는 능력일 수도 있고, 수학적 능력일 수도 있고, 춤을 잘 춘다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능력이 학교나 사회에서 요구되는 관점에서 필요하거나 뛰어난 능력이라면 좋겠지만 사실 그러한 능력은 선택받은 일부 아이들에게만 나타난다. 성공이라는 잣대가 개개인의 성장이 아닌 상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상위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은 학교와 사회에서 수많은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유재석은 몰라도 도티는 안다고 한다. 유재석은 대부분의 어른들도 아는 스타이고 도티는 아이들에게 연예인보다 더 스타로 대우받는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이다. 최근 방송에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자주 출연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동안 어른들에게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먹방이나 선정적인 방송만 하는 부정적인 대상으로만 다가왔다. 그들이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동안 자신들의 열정에 대해 샌더스처럼 수많은 좌절을 겪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먹방스타 밴쯔에게 예순이 넘은 모 참치회사 그룹 회장이 후원을 결정할 정도로 응원을 받고 있다. 물론 모든 것에는 긍정과 부정적인 면이 존재하기에 유튜브나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부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학교만큼은 모든 아이가 가끔은 허무맹랑한 꿈과 직업도 그려보고 자신만의 멋진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는 공간이기를 희망한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더 많은 좌절과 시련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안돼, 하지마, 공부만해, 성적이 우선이야’라는 말보다는 학교가 ‘그래 해봐, 엉뚱해도 괜찮아, 그 생각도 참 좋은 것 같다. 우선 해봐’라고 말할 수 있는 실험과 배움의 공간이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어쩌면 아이들에게 시도조차 못하게 부정적인 말들로 더 큰 좌절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터벅터벅 교정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혼자인사를 건넨다.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잘해오고 있다고. 좌절하기보단 또다른 희망을 가지라고. 쓸데없는 것에 그리고 사소해 보이는 것에 흠뻑 취해 보는 것도 유년시절의 멋이라고.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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