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는 개념과 기호화의 복합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로 표시된 것에 신뢰감을 느끼는데 이는 수가 갖는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2만 년 전 것으로 알려진 ‘이상고의 뼈’에는 한 묶음이 소수개의 짧은 선분으로 이루어져 합이 60이 되는 선분들이 새겨져 있다. 수의 개념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을까. 하나, 둘 세지는 않지만 원시적인 수의 개념은 동물들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이 있다.

그러나 상징적인 기호로 표현되는 수의 개념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 그러면 인간의 뇌의 어떠한 부분이 수와 수학에 관련되어 있을까.

76세의 나이로 대학 병원에서 사망한 아인슈타인은 부검의사에 의해 뇌가 보관되었다. 부검의는 천재의 뇌 구조를 알고 싶어했고, 결국 아인슈타인의 뇌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연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졌다. 크기나 무게에서 다른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었던 아인슈타인의 뇌가 일반적인 뇌와 다른 양상을 보인 부위가 바로 두정엽이다. 아인슈타인의 두정엽의 하단 부위는 평균보다 15% 더 크고 신경세포가 조밀하다고 한다.

최근 자기공명영상과 자기뇌도측정 영상을 통해 실험자에게 간단한 선형대수식을 푸는 과정에서 뇌의 움직임을 실험한 보고가 있다. 이 실험에서 수학적 표현 영역과 수학적 사실 기억 인출에 관한 영역으로 나누어 실험했는데, 시각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거나 이미지 표현으로 전환하는 기능은 두정엽이, 전환된 표현을 수학적 사실로 검색하는 기능은 전전피질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과정이 반복되어 진행되면서 수학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에서도 수학에 뛰어난 사람들의 뇌활성 영상 조사에서 언어와 상관이 없는 두정엽, 전전두엽 등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인류의 7% 정도가 숫자 장애가 있다고 한다. 숫자 장애자인 영국의 정치학자 폴 무어크래프트는 여자 친구의 전화번호를 기억 못하여 헤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10권의 책을 썼다. 아직 성공한 예가 없지만 뇌를 자극하여 숫자 장애를 치료하는 날이 온다면 이런 추억도 사라지겠는지.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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