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준비과정 거친 실패는
새로운 통찰 알려주는 신호탄
기회 놓치지 말고 잡아야 성공

▲ 황윤경 UNIST 산학협력중점교수

창업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연적으로 많은 실패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끈기와 집념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정신과 더불어 기업가정신의 또 다른 덕목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할지라도 이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실패를 겪고 좌절한다. 날개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도 그의 첫제품인 먼지봉투없는 청소기를 만드는데 무려 5127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또한 의도한대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좋아할 지는 의문이다. 창업가만 좋아해서는 의미가 없다. 시장이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간다. 영상통화는 음성전화가 성공하자마자 많은 이들이 차기 개발 제품으로 점찍었다. 개발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영상통화는 시장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개발자들의 생각과 달리 영상통화는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 조달을 위한 투자자 설득도 결코 만만치 않다. 기술개발에 필요한 집념만큼 투자유치에도 똑같은 집념이 필요하다.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것을 이해시킨다는 것 자체가 도전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기업가로 불리는 스티브잡스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은 자신들의 전 재산인 폭스바겐과 계산기를 팔아 마련한 자금 약 130만원으로 개발한 개인용 PC(애플 2)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더 큰 자금이 필요했다. 그들은 스티브의 전 직장 아타리를 찾아갔다. 아타리는 아케이드라는 컴퓨터게임을 만든 당시 잘나가는 컴퓨터게임 개발회사 중의 하나였다.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투자요청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당시는 대형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기였으므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 컴퓨터하면 대형이라는 공식이 박혀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잡스의 PC는 장난감으로 치부되었다. 그 다음으로 찾아간 업체는 워즈니악이 근무했던 휴렛팩커드였다. 동종업계로서 이해가 빠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훨씬 더 큰 좌절과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당시 사장이 한말이다. “우리가 어떻게 대학졸업장도 없는 당신들의 기술력을 신뢰할 수 있겠소?” 잡스와 마찬가지로 워즈니악도 버클리 대학을 중퇴했다. 그의 SAT(미국대학입학시험) 수학과목 성적은 800점 만점이었고 골수 컴퓨터광이었으며 과학경진대회에서 컴퓨터를 만들어 상을 받기도 했지만 대학졸업장은 없었다. 그들은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로부터 벤처자금을 지원받기까지 수차례의 거절을 극복해야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또 어떤가? 자신이 구상한 프리미엄 커피체인점은 242명의 투자자들 중 217명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즉 10명 중 9명으로부터 ‘노’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려 투자자금을 확보했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쉽게 좌절하는 사람은 기업가의 범주에 머물지 못한다. 그럼에도 실패는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사기가 저하되더라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패의 이유가 단순히 게으름이나 탐욕, 어리석음이나 부화뇌동과 같은 것이 아니라 신중히 계획되고 철저히 설계하여 사려깊게 실천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것은 때로는 근본적인 변화, 즉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을 알려주는 신호탄일 수 있다.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 폴그레이엄도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스타텁은 놀랄 만큼 멀리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마음 추스르기가 힘든다면 한 미국 기업이미지 광고에서 따온 다음의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마도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이 이야기로 기분이 좀 좋아질 겁니다. 낙담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이 사람을 떠올리세요. 초등학교를 중퇴했고 시골에서 구멍가게를 열었다가 파산했고 그 빚을 갚느라고 15년이 걸렸습니다. 결혼했지만 불행했고 하원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두 번 떨어졌고 상원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두 번 떨어졌고 역사에 남을 만큼 기찬 연설을 했지만 청중들은 냉담했습니다. 날마다 언론에게서 공격받았고 국민의 반은 그를 경멸했습니다. 그렇지만 서툴기 짝이 없고 후줄그레하며 무뚝뚝한 이 사람에게 온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을 받는지 생각해보세요. 에이브라함 링컨이라는 이름만으로.”

황윤경 UNIST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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