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에 대한 형벌은 복수가 아냐
교화 목적의 사회방위 기능도 있어
과도한 형벌은 사회 피폐하게 할뿐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최근 한 뮤지컬 연출자의 음주운전으로 2명이 숨졌다. 이어 군 복무 중인 대학생이 음주운전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에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쳤다. 대통령은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이 25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면서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법무부 장관은 음주운전으로 사망 또는 중상해사고를 낸 경우는 물론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정최고형량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경찰청은 소위 ‘3진 아웃’ 대신에 음주운전 2회에 바로 면허를 취소하는 ‘2진 아웃’제도를 도입하고 현재 혈중알콜농도 0.05% 보다 강화된 0.03% 이상의 음주수치로 운전한 경우 처벌하는 것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다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얼마 전 1심 판결이 선고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는 가해자의 부인이 자기 남편은 피해 여성과 부딪히는 순간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공감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3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담당 판사는, 벌금 300만원으로 처벌하면 적정하다는 검사의 의견과는 달리 훨씬 엄중하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형량은 ‘3진 아웃제’ 도입 등으로 이미 강화돼 왔다. 대통령도 언급했다시피 지난 10년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50% 넘게 감소했다고 한다.

다만 음주운전의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보통 사람이 자동차 운전을 하는 기간이 40년 정도라면 그동안에 세번을 음주운전하게 되면 음주수치나 기간에 관계없이 구속시키는 것이 과연 옳을까. 과연 혈중알콜농도 0.03%에서 0.05% 미만의 음주수치로 운전한 경우에 그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위험은 어느 정도로 높아질까.

미국과 영국은 현재의 우리 기준 보다 높게 혈중알콜농도 0.08%부터 처벌하고, 독일은 우리와 같이 0.05%부터 처벌한다고 한다. 그리고 재범률이 높은 범죄가 음주운전만 있을까. 습벽에 의한 범죄, 예컨대 상습도박, 마약투약, 상습절도 등은 대체로 재범률이 높다. 이들에게 모두 동일한 잣대를 만들어 두 번이나 세 번 재범하면 사회복귀가 어려운 가혹한 형벌로 처단할 것인가.

우연히 마주보고 지나가는 이성(異性)과 가볍게 부딪히는 순간 한 쪽 손이 상대방의 엉덩이를 스쳤을 경우 상대방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여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나쁜 손의 당사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대신 범행을 부인한다고 그 사람을 6개월 동안 감옥소에 가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형사적 처벌을 받는 범죄 행위를 되도록 많이 폭넓게 규정하고, 그러한 범죄 행위를 하면 구체적인 여러 상황의 고려도 없이 아주 엄하게 처벌하면 범죄는 없어지고 그 사회 구성원은 행복을 누릴까.

범죄자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근거는 공적인 복수가 아니다. 범죄자를 교화하기 위한 교육형이 기본이다. 이에 부수하여 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위하적 기능과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사회방위기능이 있다.

어떠한 범죄행위에 대해 부과되는 형벌이 일반인으로 하여금 그러한 범죄행위의 대가가 고통스러워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되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그것이 그 범죄에 합당한 처벌이라고 보아야 한다.

범죄자가 그 처벌을 달게 받으면서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성실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형벌의 취지는 달성되는 것이다.

음주운전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지난 10년간 50% 넘게 감소했다면 기존의 형벌 제도로 달성해야 하는 사회방위적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형벌은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적으로 규정돼야 하며, 그 처벌의 정도는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적정과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엄벌 및 형벌만능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피폐하게 할 뿐이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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