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가을비는 내복 한 벌’이라고 했던가. 최근 잦은 가을비가 계절의 시계를 겨울로 돌려놨다. 실제 기온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내복이 필요할 만큼 그렇게 큰 추위는 아니다. 하지만 가을비가 오기 전의 날씨가 평년 이맘 때보다 포근하다 못해 약간의 더위까지 느껴진 탓에 상대적으로 더욱 춥게 느껴진다.

대개 가을에 비가 내리고 나면, 찬 성질을 가진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또 기온도 크게 떨어진다. 실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추위는 11월 하순에나 나타나야 할 초겨울 추위이다. 참고로 초겨울이 찾아온 지금의 울산의 평균기온은 약 11℃ 정도다.

계절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겨울이라고 하는 달력상의 계절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가리킨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는 24절기에서는 입동인 11월 초(11월7일)부터를 겨울로 보기 때문에 절기상의 겨울은 아직 일주일 가량 남아 있다. 하지만 12월21일인 동짓날을 겨울로 보는 천문학적인 관점의 겨울은 아직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일평균기온이 영상 5℃ 이하인 날(통상적으로 일 평균기온은 오전 10시의 기온)을 겨울의 시작으로 보는 기상학적인 겨울이 오려면 더 추워져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날씨가 성급함을 보였을까. 먼 북극으로까지 가서 설명할 수 있다. 때 이른 초겨울 날씨가 한반도를 강타한 것은 북극의 한기 중 일부가 빨리 내려왔기 때문이다. 북극 기온이 오르면 한기를 잡아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는데, 힘을 잃은 제트기류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로 사행(蛇行)하게 되고 이를 틈타 북반구 중위도 곳곳에 한기가 쏟아져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북극 해빙이 역대급으로 많이 녹아버려 북극의 기온도 평년보다 빨리 상승했다. 그만큼 제트기류도 힘을 잃고,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한반도에 직접 내려온 것이다.

추위는 단번에 왔지만, 다시 이맘 때 기온을 회복하는 속도는 더디겠다. 기온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신체가 균형을 잃고 스트레스가 커져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두꺼운 겉옷 한 벌 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있어 수시로 체온조절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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