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출 사회부 기자

“우리 애를 보내려고 했던 곳도 주유비와 식비를 유용했네요. 6억원씩 해먹은 다른 지역의 유치원보다는 좀 낫다고 위안을 삼아야 하나요.”

최근 회계비리 사태로 사립 유치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커지고 있다. 울산에서도 올해 종합감사를 받은 사립유치원 15곳 모두가 예산과 회계를 부적절하게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회계를 사적인 목적에 사용하거나, 성범죄 경력 조회 같은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미흡한 것으로 나왔다. 유치원마다 적게는 2건, 많게는 8건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인 자격으로 가입한 유치원연합회 회비를 유치원 회계로 지출하고, 각종 계약이나 대금 지급에서 관련 자료가 없는 등 불투명하게 처리해 각종 부조리가 적발됐다.

교육청이 비리사태 근절을 위해 감사를 4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키고 유치원별 감사 일수도 내년부터 3일로 늘리고 감사 인력도 충원해 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유치원 문제에 교육당국도 책임이 크다.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유치원을 지도하고 감독하며 회계 처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오지 못한 결과가 누적된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사립유치원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 이번 기회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몰기보다는 사립유치원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감독해 나가며 공립과 사립유치원이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회계처리 문제로 감사에서 처분을 받은 모든 유치원들이 비리 유치원은 아니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감사결과를 잘 읽어보고 무슨 문제로 적발이 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립유치원들은 사유재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주장이 설득을 얻기 위해서는 투명한 운영으로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쌓아야 한다. ‘잘 몰라서, 예산처리를 담당할 교사가 없어서’ 등의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신뢰를 쌓지 않으면 이는 곧 불신으로 이어진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는 이제 첫 발을 뗐다. 정부 당국, 교육청, 유치원, 학부모, 시민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치원은 학교이자 유아교육의 출발점이다.

김봉출 사회부 기자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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