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필 울산대 IT융합학부 교수 전 울산대 고래연구소장

울산시의 캐릭터는 선사시대부터 이어져온 우리고장 울산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고래’를 친숙하게 형상화한 해울이(HAEURI)이다. 해울이의 ‘해’는 태양과 바다를 함께 의미하는 것으로 열정적인 도시 울산이 동해의 푸르고 힘찬 기상을 바탕으로 무한한 꿈을 펼쳐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반구대와 관련하며 많은 시를 발표한 어느 시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분은 암각화 형상들의 시상을 갈구하며, 암각화 곁에서 여러 날을 명상에 잠겼었는데, 어느날 암각화로부터 돌연 응답의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여보게 반갑네, 어서 오게나…”라고. 믿기 어려운 시인의 고백을 듣는 순간, 필자는 갑자기 시인의 체험과 동기화되며 가슴이 떨리고 묘한 전율이 밀려옴을 느꼈었다.

고래마을에서, 장생포 앞바다에서 우리는 고래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한 인고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이제는 우리가 암각화를 향해 고마움을 표하며 “여보게 반갑네, 어서 오게나…”로 화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반구대의 암각화가 새겨지던 선사시대 이곳 울산지역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나라 역사에서 단군시대 이전의 삶의 모습일 수도 있다. 암각화에 새겨진 한점 한땀의 점과 선, 그리고 형상들은 참으로 귀하고 중요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어려운 문화재의 특성을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소중한 문화자산의 소실이 여간 안타깝지 않다.

신출귀몰하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귀신고래는 고래목 귀신고래과에 속한 유일한 종으로, 몸길이가 15m, 몸무게는 36톤, 평균수명이 60년이나 되는 경이로운 생명체다. 이 귀신고래는 1964년 동해안에서 5마리가 포획되고, 1977년 2마리가 포착된 된 이후로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정부는 귀신고래가 나타났던 울산 앞바다를 귀신고래 회유해면(천연기념물 제126호)으로 지정해 귀신고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40년이 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귀신같은 생명체가 언제 그 웅대한 모습을 보여줄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 몰래 왔다가 오염된 생태계에 놀라서 돌아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덩치 큰 귀신고래는 유영속도가 느리고 연안을 따라 회유하므로 포경업자들에게 쉽게 발견되어 잡혔다. 러시아 사할린에서 여름을 지낸 귀신고래는 11월경부터 울산 앞바다를 회유하여 남중국해로 가서 번식을 하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새끼를 데리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사할린까지 북상한다. 이러한 귀신고래가 이제는 도대체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데다 수많은 그물이나 선박 등에 의해 고래회유가 어려워진 탓이다. 반면 북태평양 귀신고래는 여름을 북극에서 나고 겨울에 따뜻한 캘리포니아 해안으로 내려와 새끼를 기른다. 귀신고래의 한해 여행거리는 2만㎞에 이르고 현재 2만마리 이상의 개체수가 있다. 이것은 미국의 ‘해양 포유류 동물보호법’으로 고래가 잘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멸종상태에 있는 동해안 귀신고래를 다시 불러 올수는 없는 것일까?

한국에서 귀신고래와 관련한 연구의 시효는 미국의 탐험가이자 고고학자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 박사가 1912년 장생포에서 귀신고래를 연구하고 한국계귀신고래를 처음으로 명명하였다. 그후 미국으로 이송되어간 귀신고래는 미국의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역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최근 필자도 그 박물관 2층에 전시된 귀신고래의 전체 골격을 확인한 바 있다. 박물관 안내문에도 이 고래뼈가 한국에서 이송되어 왔다는 것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었다. 우리의 귀중한 유물이 미국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외교적 절차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기획전시를 하던지, 나아가 반환요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고래골격을 울산으로 가져온다면, 당시의 고래생태연구나 역사 및 IT 콘텐츠 개발 등에 이용될 수 있고,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고래와 관련한 하드웨어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잘되어 있는 우리고장 울산은, 고래도시로서의 명성을 지속 높여가기 위해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지혜를 부단히 찾아야 하는데 그 시발점으로 산학연관의 협조체제와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하며 그 종착점으로 미래 먹거리산업인 제대로 된 ‘고래관광’을 기대해 본다.

정의필 울산대 IT융합학부 교수 전 울산대 고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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