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울산시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처용문화제가 열렸다. 태풍 콩레이로 인해 축제기간을 늦추고 규모도 축소하는 바람에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의외로 북적였다. 두해만에 축체의 정체성 찾기에 성공했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대표축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전문강소축제로서 가능성을 널리 알린 셈이다.

처용문화제는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이자 대표축제라는 타이틀을 갖고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울산시민들을 만족시킨 적은 없었다. 규모와 예산을 대폭 늘리고 월드뮤직페스티벌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갖다붙였지만 부적절한 동거라는 평가가 10여년을 따라다녔다. 각각의 정체성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월드뮤직페스티벌과 처용문화제를 분리한지 두해째다. 52회라는 횟수에 걸맞지 않게 마치 신생 축제인양 앞으로의 가능성을 말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긍정적 시선으로 다음 축제를 기다려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올해 처용문화제는 ‘처용, 미래를 춤추다’를 주제로 처용무의 새로운 해석과 다양한 변주를 선보여 처용과 관련한 예술적 재해석이 활발하게 이뤄질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주제공연, 발레극 처용, 전문연희단 초청 놀음 한바탕, 도시창작 처용무 초대마당, 창작처용콘텐츠공모를 통해 당선된 무용작품 ‘환타지 처용아리’와 ‘처용왕자! 바다를 건너다’, 연주작품 ‘처용! 찬란한 그대여’ 등 처용과 관련한 다양한 공연물이 선보였다. 젊은층과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 민속축제의 한계인 고리타분함에서 벗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긍정적 변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갑작스럽게 월드뮤직페스티벌의 독립으로 왜소해진 처용문화제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우려가 많았음에도 지난해 처용문화제는 ‘국립국악원의 가장 오래된 처용무 영상 자료전’과 ‘고대 해상실크로드 개운포 VR박물관’ 등으로 처용의 가치와 정체성 부각에 초점을 맞추어 처용문화제의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해는 전시에, 올해는 공연에 비중을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호응을 얻은 전시작품이 올해 축제에서 사라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로운’ 처용문화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처용을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로 가두어두어서는 안되겠지만 호응을 얻은 전시·공연 작품은 매년 보완해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전통성을 확보해나가는 또다른 한 방법이기도 하다. 춤과 노래, 미술, IT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미래산업과 융합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가는 한편 처용설화에 대한 문학·역사적인 재해석과 자료 발굴을 통한 정체성과 정통성 강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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