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취득 허술·자부담 경쟁등
제도모순에서 복지분야 비리 출발
시스템 허점 넘어 재발방지책 필요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한 국회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를 복지정책의 주요골자로 해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나라, 소득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취약계층에 우선 투입되는 복지예산의 국회통과를 당부했다. 울산시도 2019년 당초예산에서 복지여성국 예산만 1조원 시대를 열 것이고, 시민복지 욕구에 걸맞은 복지 우선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민간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복지정책이 실로 국가정책의 중심에 있어 자부심은 물론이거나 그 책임감도 무겁게 다가온다.

한편 지난 주말 울산 지역 뉴스 중에는 동구의 A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자부담 금액과 후원금 일부를 해당복지시설의 시설장과 간부직원이 횡령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A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의 대표이사는 해당 시설장을 형사 고발하고 동구청으로부터 수탁 받은 해당복지시설의 운영권을 즉각 반납하였다는 것이다. 해당 사회복지법인은 공교롭게도 작년 말 부터 올해 초까지 울산의 한 언론으로부터 수일간에 걸쳐 보도된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후원금 모금 강요 등 이른바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사회복지법인이다.

당시 울산사회복지사협회와 사회복지협의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갑질’의 중단과 함께 법인의 운영 전반에 관한 개선, 사회복지전문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선은커녕 해당법인의 관리자들은 오히려 회계 부정과 불법행위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었음이 뉴스를 통해서 드러났다. 특히 지역의 기업과 후원자들이 취약계층에 전달해 달라고 지원한 후원금을 복지대상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시설장이 착복했다는 정황은 실망을 넘어 분노감마저 들게 한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복지사업을 성실히 수행해 온 다른 사회복지법인의 후원금 감소는 물론이거니와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사회공헌활동을 줄이고 있는 기업들에게 사회공헌기금의 축소를 자극할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복지정책의 지원강화를 불법행위의 기회로 포착하는 개인과 세력은 사회 곳곳에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공재원을 지원받는 사립 유치원의 부실운영과 운영자 개인 용도로 지원금을 횡령한 정황은 학부모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에게 안락하고 편안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해야할 장기요양기관이 불법적으로 장기요양 보험료를 횡령하는 문제 등 연일 사회복지, 유아교육, 보육분야, 노인장기요양 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불법적 관행과 관련된 뉴스들이 줄을 잇고 있어 실망과 동시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를 통 털어 불법과 비도덕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와 시민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서비스 기관들의 비리와 불법은 아무리 낮은 빈도로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이 받는 실망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복지국가의 문턱에서 복지정책 확대를 막는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사회복지분야의 부정과 비리는 해당 범죄자들의 개인적 소양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깊숙하게 내막을 들여다보면 제도적 모순에 기인하는 점이 크다. 예를 들면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이 사회복지시설을 수탁받기 위해서는 법인의 재정능력 즉, 얼마의 기금을 출현할 것인지를 평가의 척도로 삼아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사회복지법인에 떠넘기는 자부담 경쟁방식이 사회복지법인의 부정을 초래하는 출발점이 된다고 본다.

또한 보육교사나 사회복지사 자격취득제도의 허술함은 진짜같은 사회복지사와 가짜같은 사회복지사들을 가려낼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마침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제도의 강화를 위한 국가시험 전문자격증 제도 도입 등을 핵심과제로 하는 자격제도 개선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시스템의 허점은 시스템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그것이 불법과 비도덕의 핑계일 수는 없다. 따라서 불법을 저지른 복지법인과 당사자는 해당 구청과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잘못을 밝혀 법에 따라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분야, 유아교육, 보육, 노인장기요양 등 각종 사회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도 스스로 자정의 노력과 함께 가짜들을 동료라는 이유로 감싸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울산의 다른 사회복지법인들도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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