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섭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한창 깊어가는 가을에서 이른 겨울 냄새가 훅 하고 들어오는 것 같다. 황금빛 들녘도 수확을 끝낸 곳은 풍요로움을 뒤로하고 스산함이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차디찬 겨울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직감하게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폭염의 기세에 주눅 들었는데,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고 있다. 수확을 끝낸 농부가 한해를 되돌아보듯, 우리 시의회에서도 며칠 뒤부터 울산의 시정과 교육행정이 한해 살림살이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살펴보는 검증의 장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시장과 교육감이 동시에 바뀌는 상황 속에서 열리는 것이라 여러모로 시민들의 관심과 눈길을 모을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는 교육위원회 소속이라서 울산시교육청이 그간 펼쳐온 정책과 사업에 대해 두루두루 살펴볼 것이다. 교육감 부재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울산교육청은 반년을 보냈고, 그 이후 새로운 교육감 당선으로 지금까지 교육행정을 이끌어오고 있다. 수장의 공백으로 부교육감 대행체제로 울산교육이 많은 우려와 걱정에도 나름대로 원칙과 기본을 준수하면서 무난하게 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류혜숙 부교육감을 비롯한 울산교육 가족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그러나 교육감 부재와 부교육감 대행체제로 인해 조금 더 능동적이고 의욕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는 여론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교육감 취임 이후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으로 빚어진 혼란과 혼선이 있었다는 점도 분명히 있었다고 듣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올 한해 교육행정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볼 것이며,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몇가지 원칙을 지키고자 한다. 첫째, 예의를 지키면서 품격있는 질문을 할 것이다. 국회도 그렇지만, 지방의회도 행정사무감사를 하면 의원들이 두 얼굴의 괴물로 변한다는 질타를 많이 받고 있다. 평소에는 온순하던 사람도 감사에 들어가면 고성을 지르고, 윽박지르기를 한다는 것이다.

의원과 공직자는 수직관계가 아니라 시민을 대신하여 감사를 받고, 수감을 받는 위치일 뿐이다. 상대적 입장이지만, 갑을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감을 받는 공직자들에게 예의를 지키면서도 행정의 잘잘못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다. 다만, 무성의한 답변이나 부실한 자료제출, 그리고 불성실한 자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질책하고 비판할 것이다

둘째, 팩트(사실)에 충실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는 것이다. 소위 ‘페이크(가짜)뉴스’가 남발되는 것도 팩트는 없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과 억측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집된 정보와 제보, 민원을 바탕으로 교육청에서 제출된 자료를 하나하나 검증해서 질문할 계획이다. 행감이 울산교육의 일보전진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고 싶다.

셋째, 오로지 울산교육의 올바른 방향에 입각할 것이다. 교육은 사상과 이념,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문제도 아니며 그 틀 안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행정의 가치와 목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볼 것이다. 울산교육이 우리의 아이들을 올곧게 성장시키고, 울산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백년대계의 주춧돌을 세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행정사무감사가 끝나면 내년도 당초예산도 마지막 정례회에서 다루어진다. 새해 농사의 시작과도 같은 당초 예산 심사에서도 같은 원칙으로 예의와 품격을 지키면서도 시민을 대신하여 감사하는 의원의 입장에서 시민의 혈세가 허투루 낭비되지 않도록 더욱 더 꼼꼼하게 검증하고 살필 것이다.

김종섭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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