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등 8개국 수입 허용

하루 평균 20여만 배럴 추산

전체 원유수입의 13.2% 차지

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의 예외국으로 인정받으면서 원유 수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그동안 이란산 원유을 수입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해온 정유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5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제재 예외를 인정했다.

미국은 5일부터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하는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는데 한국 등 8개국의 원유 수입은 허용한 것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면 우리나라의 이란 수출은 사실상 완전히 멈출 수밖에 없다.

국내 정유사가 외국에서 수입한 원유로 만든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제품은 이미 반도체·자동차 등과 함께 대표적인 수출 주력품목으로 꼽히며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업계는 한국이 예외국으로 인정받으며 수입이 허용된 이란산 원유 물량 규모는 하루 평균 20여만 배럴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5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2017년 1억4787만배럴로 전년 대비 32.1%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다음으로 많으며 전체 원유 수입의 13.2%를 차지한다.

국내에 도입하는 이란산 원유의 70% 정도는 콘덴세이트인데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국내 정유·석유화학사들이 선호해 우리나라 전체 콘덴세이트 도입량의 54%를 차지한다.

같은 양이라도 일반원유보다 콘덴세이트에서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가 더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콘덴세이트는 나프타를 뽑아내는 데 최적화된 유종으로 업계에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아프리카·호주·러시아·미국 등에서 콘덴세이트를 수입하는 등 수입 다변화 방안을 시도했지만,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어려웠던게 사실”이라며 “이란 수입 길이 막혔다면 대체 품목이 없어 걱정했었는데 예외국으로 인정받아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S-OIL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가 지분율 63.4%로 최대주주여서 사우디산 원유를 사용한다.

GS칼텍스 역시 지분 구조상 GS에너지가 50%, 미국 정유사 셰브런이 나머지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예외국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이어진 부분은 국내 정유사의 재고평가이익이 급감 등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소비가 늘고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를 뺀 값)이 증가할 수 있어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원유 수입에 한해서만 예외를 인정했기 때문에 기타 제재 대상 품목은 여전히 수출이 제한된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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