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일 신임 대표 업무돌입
진보성향·시장측근 선임에
지역 문예계 ‘기대반 우려반’
전 대표 “간담회서 비전제시”

전수일 울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가 임명장을 받은 뒤 6일 첫 출근을 했다. 전 대표이사는 지난 4년여 간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울산민예총)의 이사장을 역임했다. 진보 성향의 울산민예총은 보수 성향의 울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울산예총)와 함께 그 동안 울산지역 예술문화를 상징적으로 양분해 왔다. 갈등과 경쟁의 선을 위태롭게 넘나들던 두 단체 중 한 단체 대표가 울산 전체의 문예정책을 컨트롤하는 문화재단의 실질적인 수장이 되자, 지역 문예계는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복합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전 대표이사의 선임 과정에서 지역문예계가 가장 많이 쏟아낸 비판은 “울산시가 (특정인을)정해놓고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민선7기 출범 이후 박상언 초대 대표이사의 임기가 불과 2달여 밖에 남지않은 상황에서 일괄사표를 받아낼 때부터 현 송철호 시장의 선거캠프 출신인 전 대표이사가 문화재단을 맡게 될 것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인선 작업이 진행되긴 했으나, 어쨌거나 지역문예계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이를 두고 한 문화예술계 원로는 “공공 문화예술지원 규모에 대해 불만과 불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오던 단체의 수장이 정권이 바뀌면서 하루 아침에 지원기관의 칼자루를 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지원배분에서 배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예총 회원이 많은 반면, 기대감을 드러내는 민예총 회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의 문화예술계는 개인이든 단체든 공공예산의 지원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지역의 문화예술 생리가 하루 아침에 바뀔 리는 만무한데, 향후 문화재단 행보에 따라 울산 문예계가 큰 혼란을 겪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선이 마무리돼 본격 업무에 들어간 판국에 소모적인 비판은 그만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는 전수일 대표이사가 타 지역의 전문가가 아니라 지난 수십년 간 울산지역 문화예술계에 몸 담으며 지역문예환경을 이해하는 울산사람이라는 것이 큰 작용을 했다. 지역실정을 감안해 사업의 경중을 가려낼 뿐 아니라 일을 도모할 때도 이를 믿고 따라 줄 인적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의미다.

국악인 김소영(울산민예총 사무처장) 씨는 “어떤 악조건 속에도 수십년간 창작의 길을 걸어 온 전업예술인이 울산에도 많다. 이런 인적자원을 더 키우고 알려야 지역문화 파이도 커진다.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일지 모르나, 우리 문화예술계는 그 동안 너무나 권력지향적이었다. 앞으로는 문화와 예술을 권력구조의 하수로 보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학인 정은영(울산예총 사무처장·울산문협회장) 씨는 “지역문화 활성화에 재단설립 목적이 있다. 신임 대표이사가 이를 잘 이해하리라 기대한다. 솔직히 왜 우려가 없겠나. 하지만 그 우려가 기우였다는 말이 나오도록 열심히 해 줬으면 좋겠다. 개방적인 마인드로, 정책의 입안과 집행, 평가 전 과정에 지역문화인의 목소리를 두루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전수일 대표이사는 “지역문예계의 반응과 재단에 쏠린 불편한 시선을 알고있다. 당연히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실험성, 대중성, 다양성이 공존할 때 지역문화는 발전한다. 문화예술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다. 재단사업의 방향과 비전에 대해서는 간담회를 통해 곧 밝히겠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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