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울산에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제33회 전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대회가 열렸다. 비록 함께 즐기지는 못했지만 협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대회가 울산에서 개최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울산을 찾아 주셨다는 것, 그 자체로도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다.

대회에 참여하신 분들이 먼 울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시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예전에 공부했던 일본에서의 부러운 경험이 하나 떠올랐다. 내가 있던 곳은 울산 정도 규모의 도시이다. 지하철이 있긴 하지만 버스 노선이 더 편하고, 정기권을 활용하면 비용도 더 저렴했기 때문에 늘 버스를 이용했었다.

그저 버스를 타는 일에 불과하지만 그 동안 내가 살아온 문화와의 차이 때문에 이런저런 실수도 많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이 했던 실수는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미리 일어서서 내릴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왜 실수일까 싶겠지만 일본에서는 승차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항상 버스가 정차한 후 내릴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새로 탄 승객들이 각자 안전하게 자리를 잡은 이후에 출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버스 정류장에 휠체어를 탄 승객이 있으면 기사가 버스의 시동을 끄고, 하차를 해서 버스 계단에 경사대를 설치하고, 승객을 안전하게 승차시킨 뒤 다시 내려가서 경사대를 해체하고 버스를 출발시킨다. 물론 그 승객이 하차할 때에도 동일하다. 내가 부럽다고 느낀 부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운전기사님을 비롯해 버스 이용객 모두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러한 광경에 대해 보는 사람들마다 소감은 다를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 이용객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편의나 신속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떠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는 가치의 경중을 따질 수밖에 없고, 안전과 편의를 둘로 놓고 본다면 당연히 안전을 우선시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또한 교통약자에 대해서는 대중교통보다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그들을 위해서도, 일반시민을 위해서도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모든 사람은 원하는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 교통약자에 대한 지원 또는 편의제공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교통약자의 이동권 선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인식이 굳어져서는 안 된다. 조금 불편하지만, 보다 대중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를 원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교통약자로 분류될 것이다. 모든 이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문화의 정착은 특정대상에 대한 지원이나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원활한 발전과 직결된 문제이다.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선택을 존중하고, 그들의 선택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문화를 선도할 대중교통 종사자의 근무조건 개선이나 버스 내 환경 정비 등을 위해서는 울산시의 노력이 소중하다. 누구나 안전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는 울산 만들기,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다.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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